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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향우회는 태풍? 거품? 새정치의 두갈래 시선

이슬기 기자
입력 2015.11.11 11:26 수정 2015.11.11 11:27

"수도권은 호남향우회 도움 없인 끝" vs "목소리큰 일부가 전부인양 보도"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자료사진)ⓒ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낙선인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 지난 5월 4일 오후 광주공항에서 문대표가 도착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 문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데일리안

"수도권은 5% 차이로 죽고 산다. 이 사람들이 안 움직이면 수도권 60%가 날아간다."

"말 그대로 그냥 ‘향우회’다. 다른 향우회보다 결속력이 좀 끈끈할 뿐이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 민심’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당 소속 현역 의원이 당을 박차고 나가 신당 바람에 합류하는가 하면,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남 민심의 주축으로 꼽히는 ‘호남향우회’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엇갈린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새정치연합 의원실 관계자에 따르면, 호남향우회는 전국적으로 5000개 가량의 모임으로 구성된 거대한 집단으로, 시와 구 단위뿐 아니라 동별로도 분포돼 있다. 그는 “전국 유권자의 30%가 호남민이다. 호남에 사는 사람이 500만, 호남을 떠나있는 호남민들이 1000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의 호남향우회와는 별개로 최근 박광태 전 광주시장이 회장을 맡은 호남향우회중앙회가 발족하는 등 갈래는 여럿이다.

수도권에서 이른바 ‘야당세가 강한 곳’으로 꼽히는 지역일수록 호남향우회의 힘이 막강한 곳으로 분류되는데, 현재는 인천과 안양, 관악과 양천 등에 다수 분포돼있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뿌리로 하는 ‘구 민주계’ 세력이 우세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당내에선 비노계로 분류된다.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한명숙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발 공천 학살’ 논란을 계기로 야권 내 계파 갈등이 불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이른바 ‘현역의원 20% 물갈이’를 혁신안으로 내놓으면서, 호남 지역 민심은 극도로 끓어올랐다. 여기에 10.28 재·보궐에서도 문재인 지도부가 초라한 성적표를 내놓자, 호남향우회중앙회 측은 “문 대표가 지금이라도 사퇴하지 않으면 내년 호남 선거에선 반타작도 못할 것”이라며 “향우회 회원들 사이에 어떤 의원이 친노이고 비노인지 소문이 나면 자연스레 친노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당내 호남·비주류계 핵심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향우회는 그 조직만 봐도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이번 선거에서도 그분들이 ‘2번 찍으면 문재인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안 나간다’고 하더라. 우리당 전통적인 지지자들이 문재인 싫어서 아예 투표장에 안 나갔고, 그 결과가 이번에 제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호남분들 만나보면 ‘이 당을 누가 지켜왔는데, 당을 이렇게 어렵게 만든 너네만 살려고 하느냐. 당이 어려운데 대선후보 되어봐야 또 질텐데 무슨 소용이냐’라는 목소리가 전부”라며 “호남향우회에서 천정배를 지지하는 쪽도 있고 아닌 쪽도 있지만, 어쨌든 문재인은 전혀 대안이 안되니까 다른길을 모색해보자는 것은 똑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한국갤럽의 호남지역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차이가 5%포인트에 그친 것을 언급한 뒤 “호남 민심이 완전히 돌아섰다. 예전에는 ‘새누리를 찍을 순 없다’ 였는데, 이제는 새누리로 가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분위기”라며 “그래서 신당이라도 좀 제대로 돼야 그런 민심들을 잡아 묶어둘 수 있다.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수도권 지역 한 의원도 “결국 수도권은 5% 싸움이다. 오차 범위 내에서 몇백표 차이로 죽고 사는 거 아닌가”라며 “호남향우회가 ‘문재인 싫어서 투표장 안나온다’는 건데, 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원래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의 60%가 날아간다. 특히 수도권에선 호남향우회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반면 당내 한 핵심 관계자는 대뜸 “말그대로 ‘향우회’다. 다른 향우회보다 결속력이 좀 끈끈할 뿐”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는 “지난 선거 때 호남향우회 일부 사람들이 천정배 의원을 도왔다. 요새 언론에 나오는 건 다 그사람들이 하는 말”이라며 “원래 소수가 목소리가 크면 그게 전부인 것처럼 비친다. 요새 자꾸 선거에서 지니까 ‘투표장 가서 뭐하냐’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문재인 싫어서 안나간다’는 그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호남향우회도 아주 여러 갈래가 있다. 새누리당이 만든 호남 향우회도 있고, 호남향우회총연합회, 기존의 모임 등 크게만 나눠도 세네개 정도”라며 “요새 한창 언론에서 ‘문재인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일부 사람들이고, 또 일부는 천정배에 부정적이다. ‘신당이 야당 분열시키고, 천정배 지가 언제부터 광주 챙겼다고 저러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서울 동대문구 호남향우회원들이 ‘새정치연합 의원 낙선 운동’을 벌였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 수도권 지역 한 재선 의원은 “친노 대 비노 이런 문제가 아니라 향우회원들과 지역구 의원 간 작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일 뿐”이라며 “친노 비노 문제가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지도부를 지낸 수도권 지역 핵심 중진의원 측 관계자도 “수도권에서 호남향우회가 그렇게 영향력이 크다면, 정통민주당 후보들이 표를 그렇게 받겠나”라며 “지난번 혁신안 의결하는 중앙위원회때도 비노계 5명 나가고 끝인 것 봤지 않나. 그리고 호남 출신 사람들이라고 전부 호남향우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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