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좀비 타격’ 정찬성, 언뜻 보면 주짓떼로
입력 2015.11.13 11:27
수정 2015.11.13 11:28
화끈한 타격에 가린 서브미션 능력..13승 가운데 8승 '62%'
‘코리안 좀비’ 정찬성(28·코리안좀비MMA)은 한국 UFC 파이터 중 미국 현지에서 가장 높은 이름값을 자랑한다.
유명 파이터들이 수시로 SNS 등에서 정찬성을 언급하는가하면,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정찬성의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WEC 48에서 레오나르도 가르시아(35·미국)와 세기의 난타전을 벌이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찬성은 UFC 입성 이후에도 연승 행진으로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상품성 높은 파이터로 떠올랐다. 스타일만 화끈한 게 아닌 '더 머신' 마크 호미닉(33·캐나다), ‘더 다이아몬드’ 더스턴 포이리에(27·미국)를 실력으로 완파하는 수준급 기량도 선보였다.
비록 어깨 부상으로 아쉽게 패퇴하기는 했지만 ‘최강 챔피언’ 조제 알도(28·브라질)와의 페더급 타이틀전은 한국 격투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다. 내성적이라 방송 출연 등을 많이 하지 않아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명성만큼 높지 않지만, UFC 파이터로서의 명성만 놓고 보면 김동현-추성훈 이상이라는 평가다.
가르시아와의 난타전, 호미닉전의 그림 같은 카운터 등 정찬성은 터프한 ‘좀비 타격’으로 유명하다. 실제로도 정찬성의 타격은 페더급에서도 상위권이다. 비록 룰 숙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반칙패 하기는 했지만 ‘낙무아이’ 페종슥 룩프라밧(태국)을 백스핀 블로우로 실신시킨 경기는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최강 타격가 알도와도 어깨 부상 전까지 잘 싸웠다.
이러한 타격능력에 가려 드러나지 않지만, 정찬성의 서브미션 능력 또한 매우 출중하다. 통산 13승 중 무려 8승(62%)을 서브미션으로 따냈다. 파이팅 스타일을 모르고 기록만 본다면 주짓떼로로 착각할 정도다. 반면 서브미션 패는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 서브미션에 대한 정찬성의 깊은 이해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찬성의 서브미션이 가장 빛난 경기는 가르시아와의 2차전과 포이리에전을 들 수 있다. 가르시아와의 리벤지 매치에서 '트위스터(Twister)'라는 희귀한 관절기를 선보이며 멋지게 설욕했다. 당시 정찬성이 선보인 트위스터는 미국 스포츠매거진 '블리처리포트'가 선정한 종합격투기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서브미션 기술20'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찬성은 트위스터를 따로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주짓수계 이단아’ 에디 브라보가 레슬링 기술을 변형시켜 만든 트위스터는 실제 경기에서는 좀처럼 구사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그러나 정찬성은 에디 브라보의 주짓수 동영상 강좌만을 보고 익힌 기술을 실전에서 활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포이리에전의 다스 초크도 손꼽히는 서브미션으로 끝낸 멋진 승부였다. 당시 포이리에는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꼽힐 만큼 체급 내에서 상당한 기대주였다. 스탠딩은 물론 그래플링 까지 뛰어난 균형 잡힌 강자로 국내 팬들조차 정찬성의 열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정찬성은 타격-그라운드에서 조금씩 우세를 보여 가는 가운데 그림 같은 연결동작으로 다스 초크를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아쉽게도 정찬성은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UFN 79)’에 나오지 못한다.
전 UFC 라이트급 챔피언 벤 헨더슨(31·미국), 추성훈, 김동현을 필두로 임현규, 최두호, 남의철, 방태현, 양동이에 국내 첫 UFC 여성파이터 함서희(28·부산팀매드)까지 총출동하지만 정찬성의 이름은 빠져있다. 군인 신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군에 입대한 정찬성은 제대 후 준비 기간까지 감안하면 2017년에나 경기가 가능할 전망이다.
비록 정찬성은 이번 서울대회에 나오지 못하지만 불시에 터져 나와 단숨에 끝내는 ‘좀비표 서브미션’을 보게 될 날을 팬들은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