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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힘 받는 40대 기수론, 국내서도 솔솔

문대현 기자
입력 2015.11.07 09:57 수정 2015.11.07 09:57

기존 정치 세력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40대

"맹목적 기대는 피해야 한다"는 우려도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치연대 플러스 창립대회 및 기념세미나에서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0대 기수론 : 1971년의 제7대 대통령 선거 후보지명전에 나서면서 김영삼(당시 44세) 의원이 야당 대통령 후보의 조건과 자격에 관해 주창한 논리

1969년 11월 8일 신민당 원내총무 김영삼은 7대 대통령선거에 나설 신민당 후보지명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다. 당시 그는 △5·16군사쿠데타로 등장한 현 집권세력의 평균 연령이 야당보다 훨씬 젊고 △야당은 지도자들의 노쇠로 두 차례 평화적 정권교체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40대 기수론'을 내세웠다.

이게 김대중 의원(45세)과 이철승 의원(48세)도 뒤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후보지명전은 40대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1970년 9월 29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김영삼 의원은 최다득표를 차지했으나 과반을 얻지 못해 2차 투표로 갔고 결국 김대중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김 후보는 3선개헌을 통해 출마한 박정희 후보와 각축을 벌였으나 539만 5900표를 얻는데 그쳐 634만 2828표의 박 후보에게 졌다. 비록 정권교체에는 실패했지만 40대 기수론이 가져온 바람은 거셌다. 당시 국민은 젊은 패기에서 나오는 젊은 후보를 향해 열광했다.

최근 해외에서도 '40대 기수론'의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총선에서는 43세 쥐스탱 트뤼도 대표가 이끄는 자유당이 압승을 거둬 캐나다 역사상 두번째 최연소 40대 총리가 탄생했다. 그는 취임 이후 난민 출신의 30살 여성 장관을 비롯해 소수 민족 출신 각료들을 대거 기용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와 함께 지난달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폴 라이언이 역대 최연소 하원의장에 올려 미국 전역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과테말라에선 46세 지미 모랄레스가 대통령에 당선되기도 했다. 영국·이탈리아·그리스·벨기에·체코·룩셈부르크·네덜란드·루마니아 총리와 폴란드 대통령도 40대다. 국경을 넘어 '40대 기수론' 열풍이 부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정국 속 다가오는 총선…젊은 정치인 부각

젊은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해외 정치권에서 여론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떠오르자 자연스레 국내 정치권에서도 '젊은 피'의 활약이 요구되고 있다.

2012년 19대 국회 구성 이후 정치권에서는 현안이 터질 때마다 여야가 부딪혔다. 세월호 참사, 공무원연금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큰 건이 발생하기만 하면 여야는 정쟁 싸움을 벌여 국민들을 피곤케했다.

여야의 대립 뿐 아니라 각 정당 별 계파 싸움도 치열한 상태다. 여당의 경우 당직 인선부터 시작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파동, 차기 공천 룰 선정 등 여러 부분에서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가 부딪히고 있고, 야당의 경우 당내 이슈가 불거졌을 때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비노, 주류·비주류 등 공방이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많이 바꼈다고 해도 여전히 정치권은 미래를 위한 젊은 피 양성보다는 계보정치와 줄세우기에 힘 쓰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당연히 싸늘하기만 해 정치권을 향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태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20대 총선을 바라보게 됐고 기존 정치권에 싫증을 느끼는 국민 뿐 아니라 정치권 내부에서도 '40대 기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는 '문재인 리더십'을 놓고 내분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조경태 의원은 지속적으로 당 지도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이인영 의원도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다. 당시 이 의원은 문재인 의원에 뒤져 당권을 잡지는 못했지만 신선함을 제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새정치연합 486계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우상호 의원 역시 차기 야당을 이끌 젊은 정치인 후보군에 속한다.

새누리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원내·외 인사 100여명이 모여 '정치연대 플러스' 창립대회가 열렸다. 이 모임에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는 예비 후보들이 대거 포함됐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과 인물로는 변화할 수 없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젊은 세력들이 뭉친 것이다.

정치연대 플러스에 속한 허숭 대표최고위원실 부실장은 '데일리안'에 "다을 쇄신하려면 인물을 쇄신하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고 기존 정치권을 겨냥했다. 허 부실장은 40대로 경기 안산 지역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1985년생의 이준석 전 혁신위원장도 최근 방송 노출 빈도를 높이며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이 전 위원장이 서울 노원병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 새누리당내에는 초·재선 의원 중심 모임인 '아침소리'가 있지만 구성원들의 참석률이 높지 않고 당내 영향력도 미약해 소장그룹으로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40대 기수론'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는 과감한 추진력을 가지고 혁신적 리더십을 보여줄 젊은 인물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단순히 나이만 갖고 정치력을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6일 본보에 "단순히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40대 기수론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맹목적으로 젊은 정치인이 당연히 새로운 바람과 효과를 창출해낼 것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견제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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