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대 실금 피로’ 두산, 투혼이 일으킨 미라클
입력 2015.10.31 18:22
수정 2015.10.31 20:32
외국인 투수 하나 잃고 타자도 제 역할 못해
주축 선수들 부상에도 출전 강행 의지 ‘에너지’
[한국시리즈]‘붕대 실금 피로’ 두산, 투혼이 일으킨 미라클
니퍼트의 혹사를 모르는 호투와 양의지-정수빈의 부상 투혼은 두산 선수단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 연합뉴스
미라클 두산이다.
두산 베어스가 파죽의 4연승으로 통합 5연패에 도전장을 던진 ‘거함’ 삼성 라이온즈를 격침시키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3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정수빈의 3점 홈런 포함 17개의 안타를 퍼붓고 13-2 대승했다.
두산 선발 유희관은 6이닝 5피안타 2실점을 기록,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타선에서는 정수빈이 5타수 3안타(1홈런) 4타점, 양의지와 고영민이 각각 2안타 2타점,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두산은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기록,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등극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우승을 시작으로 1995/2001년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던 두산은 통산 4번째 우승을 거뒀다. 2005년, 2007년, 2008년, 2013년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픔을 참고 무려 14년 만에 이룬 위업이다.
올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3승1패),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3승2패)를 거쳐 한국시리즈(4승1패)까지 총 14경기를 치르며 1992년의 롯데 자이언츠, 2001년의 두산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우승을 차지하는 힘도 발휘했다.
또 두산 김태형 감독은 김응용(1983년 해태)·선동열(2005년 삼성)·류중일(2001년 삼성) 감독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사령탑 데뷔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한 ‘명장’으로 남게 됐다.
사실 두산이 삼성을 꺾을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삼성의 극적인 9-8 역전승으로 끝날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도 열세였던 두산은 해외원정 도박 의혹에 휩싸인 윤성환-안지만-임창용을 잃은 삼성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의 전력 누수가 있다지만 투혼과 팀워크가 아니었다면 결코 넘을 수 없을 것이라 의견이 우세하다.
게다가 2명의 외국인 투수와 1명의 외국인 타자를 보유한 다른 팀과 달리 두산은 포스트시즌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 하나를 잃었다. 스와잭은 준플레이오프 이후 중도 이탈했고, 로메로는 출루조차 쉽지 않은 무늬만 외국인타자였다. 사실상 니퍼트 하나만 품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과 붙은 것이다.
하지만 니퍼트의 혹사를 모르는 호투와 양의지-정수빈의 부상 투혼은 두산 선수단 전체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두산은 그런 투혼과 팀워크로 극복했다.
에이스 니퍼트는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14개를 던진 뒤 3일만 휴식을 취한 뒤 4차전에 다시 나섰다. 발가락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양의지 역시 출전을 강행했다. 투구에 맞아 손가락을 6바늘 꿰맨 정수빈 역시 손가락에 붕대를 감은 채 지명타자로 나서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점 홈런을 때리는 ‘장타력’을 뿜고 우승을 불렀다.
두 번의 우천 중단을 딛고 무려 127구 역투를 펼치며 올 시즌 개인 최다 투구수를 기록하며 한국시리즈 3차전 승리투수가 됐던 장원준도 “니퍼트가 나보다 더 힘들다. 니퍼트 때문에 나를 포함한 선수들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데도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시리즈 MVP는 부상 가운데도 타율 0.571 1홈런 5타점 출루율 0.647를 기록한 정수빈이 차지했다. 정수빈은 수상 소감에서도 "2013년도 하나로 뭉쳤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올해는 두 배, 세 배 더 뭉친 것 같다"며 투혼을 불사른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