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용의자 패터슨, 16년 만에 국내 송환
입력 2015.09.23 08:57
수정 2015.09.23 08:58
23일 새벽 인천공항 통해 입국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 충격적"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5)이 23일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 수사망을 따돌리고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만에 다시 한국 법정에 서게 됐으나 끝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패터슨은 이날 오전 4시 26분께 미국 로스앤젤레스발 대한항공편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앞서 법무부는 미국 현지에 검사들을 파견해 패터슨의 신병을 넘겨받은 뒤 항공기 안에서 구속영장을 집행했다.
살인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패터슨은 "아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 에드워드 리가 범인이라고 생각느냐'고 묻자 "같은 사람. 난 언제나 걔가 죽였다고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희생자의 유가족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은 이 고통을 반복해서 겪어야겠지만 내가 여기에 있는 것도 옳지 않다"고 했다. 이어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이다. 난 지금 (분위기에) 압도돼 있다"고 말한 뒤 서울구치소로 이송됐다.
패터슨은 1997년 서울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검찰은 패터슨 대신 현장에 함께 있던 에드워드 리를 진범으로 지목,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패터슨은 리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가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만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 재판부는 에드워드 리에게 각각 무기징역,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1998년 4월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서울고법은 같은 해 9월 다시 에드워드 리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은 1999년 9월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그 사이 패터슨은 1998년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조 씨의 부모는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도 재수사에 나섰으나 검찰이 제때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아 패터슨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다.
패터슨에 대한 재판은 이르면 내달 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심규홍) 심리로 다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