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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실패’ 네덜란드…80년대 암흑기 데자뷰?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9.08 07:25
수정 2015.09.09 09:51

70년대 크루이프 앞세운 토탈 사커로 승승장구

세대교체 실패하며 80년대 3연속 본선 진출 실패

네덜란드 축구는 판 페르시-로번 등을 앞세워 제2의 전성기를 누렸지만 세대교체 숙제를 푸는데 실패했다. ⓒ 게티이미지

유럽 축구 전통의 강호 네덜란드가 몰락 위기에 놓여있다.

다니 블린트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는 7일(한국시각) 터키 아타투르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6’ 예선 A조 8차전 터키와의 원정경기서 0-3 대패했다.

이로써 3승 1무 4패(승점 10)에 그친 네덜란드는 탈락 위기에 몰렸고, 3승 3무 2패(승점 12)가 된 터키는 조 3위로 뛰어올라 본선행 희망을 이어갔다. 유로 대회 예선은 각 조 1, 2위 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3위 팀은 플레이오프를 거친다.

터키는 경기 시작 8분 만에 오구잔 오자쿱이 결승골을 뽑아낸 데 이어 아르다 투란이 전반 26분 추가골을 넣으며 2-0으로 앞서갔다. 네덜란드는 후반 들어 총공세에 나섰으나 공격의 물꼬가 트이지 않았고, 후반 40분 부락 일마즈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같은 A조의 아이슬란드는 카자흐스탄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기며 1위(승점 19)를 유지했고, 체코 역시 라트비아전 홈경기 승리로 아이슬란드에 골득실에서 뒤진 2위를 달렸다. 양 팀은 잔여 경기(2경기) 일정에 상관없이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제 네덜란드는 남은 두 경기서 모두 승리한다 하더라도 터키가 1승 1무 이상을 거둔다면 예선 탈락의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터키의 패배를 바라야 하는데 하필이면, 잔여경기가 본선행을 확정지은 아이슬란드, 체코전이다. 이들은 터키전에서 여유를 갖고 경기를 치를 게 분명하다.

네덜란드 축구의 몰락은 사실 조심스럽게 예견된 일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와도 궤를 함께 하고 있다.

70년대 이전까지 축구변방이었던 네덜란드는 오렌지 군단 최고의 레전드인 요한 크루이프의 등장과 함께 세계 축구에 충격을 안겼다.

자국 리그 소속의 아약스와 페예노르트에 의해 개발된 일명 ‘토탈 사커’의 등장이었다. 모든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에 임한다는 개념의 ‘토탈 사커’는 당시로서 획기적인 전술이었다. 토탈 사커는 이후 발전을 거듭해 지금의 압박 축구 모태가 됐다는 평가다.

성적도 훌륭했다. 크루이프의 능수능란한 경기 조율 능력을 앞세운 네덜란드는 1974년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2년 뒤 1976년 유로 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1978년 월드컵에서는 요한 크루이프, 빌럼 판 하네험, 얀 판 베버런 등이 아쉽게 불참했지만 2회 연속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전성기를 오래가지 않았다. 크루이프를 포함한 토탈 사커의 주축 세력들이 하나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이들의 뒤를 받쳐줄 후계자들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1982년 월드컵에서 본선 진출에 실패한 네덜란드는 1984 유로 대회, 1986 월드컵까지 메이저 3개 대회 예선 탈락이라는 충격을 받게 된다.

네덜란드 축구 메이저대회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이후 네덜란드는 ‘오렌지 3총사’의 등장과 함께 세계무대에 재등장했다. 1988년 유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1992 유로대회부터 2000년 유로 대회까지 5개 메이저 대회 중 세 차례나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현재 네덜란드의 대표팀은 70년대 말 대표팀과 닮아있다. 로빈 판 페르시, 아르연 로번, 베슬러이 스네이데르 등을 앞세워 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 성과를 냈던 네덜란드는 유로 2012에서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지만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 기대 이상으로 활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지난해 월드컵에서는 쓰리백을 과감히 사용하는 등 사령탑의 전술이 빛났지만 이면에는 선수들의 노쇠화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월드컵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이 부임했지만 세대교체의 숙제를 풀지 못했고, 32년 만에 유로 대회 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에 직면해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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