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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민이 듣고픈 남한 방송 10대는 K팝 그럼 30대는?

목용재 기자
입력 2015.09.05 10:00
수정 2015.09.05 10:00

<대북방송 강화 전문가 좌담회>향후 대북방송 콘텐츠 "북 비판보다 정보를"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동교로 국민통일방송 유니스튜디오에서 데일리안과 데일리NK가 공동주최한 ‘대북방송 강화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 곽정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박사, 박상봉 전 통일교육원장(현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대표), 탈북자 김철수(가명, 평안남도 평성출신) 씨.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북한의 지뢰도발과 남한의 대북확성기재개, 이에 대한 북의 포격도발과 남측의 포격 대응으로 남북 간 긴장감이 고조된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놀라운 것은 북측이 먼저 대화를 제의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8.15 광복절 70주년을 맞이해 야심차게 준비, 제의한 남북 공동 행사를 회피해왔다. 우리 정부는 평화문화예술제, 스포츠교류 등의 다양한 공동사업을 준비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지만 북한은 당국 간 대화에 소극적이었고 이에 우리 정부는 초조한 모습까지 내비췄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지뢰폭발 사고가 북한의 지뢰도발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뒤, 우리 정부의 대북확성기방송이 재개되자 대화에 소극적이던 북한이 먼저 우리 정부에 대화를 제의했다. 이 같은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끈 것은 대북확성기방송. 남북고위급 접촉에 나선 황병서 인민군총정치국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대북확성기 중단에만 ‘올인’ 했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대북방송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데일리안과 데일리NK는 지난 2일 ‘대북방송 강화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공동개최해 대북방송 강화의 필요성 대북영향력을 진단하고 향후 대북방송의 개선점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해봤다.

다음은 토론회 전문.

북한의 전향적 태도 가져온 대북방송, 그 역할은?

박상봉 전 통일교육원장(현 독일통일정보연구소 대표).ⓒ홍효식 기자
△박상봉 전 통연교육원장(이하 박) =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제의에도 불구, 당국 간 회담을 회피하던 북한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먼저 남측에 대화를 제의해 왔다. 대북방송의 위력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먼저 대북방송의 역할, 어떤 게 있다고 보나.”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이하 이) =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북한 사회는 가장 잘 사는 지상낙원이고, 그런 나라를 만든 김일성과 김정일은 위대한 지도자, 그리고 남한은 미국 제국주의의 식민지이고 굶주리는 곳이라는 잘못된 세계관을 북한 주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는 북한 당국의 거짓말을 밝히는 것이다. 대북방송을 통해 남한의 현실, 실제 정보가 들어가면 북한 가치관과 의식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의식 변화는 결국 사회변화와 체제변화로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에서 대북방송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

△곽정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박사(이하 곽) = “대북방송은 최고지도자와 체제에 대한 위협이 된다는 측면에서 북한 당국이 통제가 심하다. 현재 북한이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북한 내부에서 정보의 폐쇄성이 완화돼가는 과정에서 이런 정보들이 탈북과 체제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대북방송은 무차별적인 실시간 정보 유통의 매개체다. 때문에 대북방송은 북한 정권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박 = “계층별로 대북방송에 대한 영향은 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보나.”

△이 = “라디오를 듣는 계층이 어느 정도 정해져있다. 북한이 라디오 청취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간부층이나 지식인층, 이런 사람들이 많이 듣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장마당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환율 정보와 대외원조가 들어오는 시점에 대해 민감하다. 장마당의 20대들은 K팝이나 영화 OST등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 “동서독의 경우 동독 주민들이 즐겨 듣던 라디오 내용이 국제시사와 해설, 뉴스였다. 물론 북한의 20대들은 K팝 등 문화적인 내용을 더 많이 듣겠지만 세상 돌아가는 호기심, 이런 것도 상당히 많을 것 같은데. 북한 청취자들이 어떤 내용을 주로 듣는다고 볼 수 있나”

△이 = “국민통일방송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데 한국 접속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접속자가 있는 지역은 중국이다. 탈북자 혹은 북한주민으로 볼 수 있는데, 탈북자 정착 이야기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북한 주민들에게는 탈북자 정착 이야기도 가장 중요한 정보다.”

△김철수 평안남도 평성시 출신 탈북자(가명, 이하 김) = “대북방송을 듣기 전에는 몰랐는데 방송 청취 이후 북한 정권이 인민들을 속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방송을 들은 이후 주변인들과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가장 충격적인 내용은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사람이라는 내용이었는데, 이런 사실만 알려줘도 북한 주민들은 큰 충격을 받는다.”

대북방송의 북한 주민들에게 영향?…"반정부 움직임도 가능"

△박 = “대북방송을 청취한 주민들 확실히 의식이 변할까. 어떻게 보시나.”

△김 = “대북방송을 듣고 남한으로 들어온 탈북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북방송을 들으면서 북한 정부에 대한 반감을 갖고 라디오를 청취를 하기 시작한다. 북한에서 생활하는 것 자체에 반감이 들게 된다.”

△박 = “대북방송 청취가 탈북을 결심하는데 큰 영향을 줬나. 탈북자로서 대북방송이 북한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김 = “중동 지역, 리비아 등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는 소식을 대북방송을 통해 듣고 알고 있었다. 독재자 카다피가 죽은 것도 알고 있었다. 북한에는 라디오를 들은 사람들이 많아서 리비아 사례처럼 유엔이 도와준다는 보장만 하면 북한인민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총과 칼로 통제하고 있지만 솔직히 보안원이나 보위원이나 (우리와) 같은 처지다. 내 친구는 인민보안원인데, 폐쇄된 곳에 한국알판을 모아놓고 몰래 본다. 현재 북한 엘리트 층이 그렇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다니는 아이들 노래를 자세히 들어보면 북한 노래가 아니라 대북방송에서 나온 노래들이다. 김정은이 100kg이 넘어간다는 것도 아이들이 알고 있다. 자신의 부모들이 대북방송을 청취하고 말하는 내용을 들은 것이다.”

△박 = “한국 사회에서는 아래로부터의 혁명 가능성은 낮게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철수 씨의 말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라 놀랍다.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정보 제공도 대북방송의 역할이라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곽정래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박사.ⓒ홍효식 기자
△곽 =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이용하는 형태는 다변화돼 가고 있다. 대북 라디오 방송은 북한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을 것이고 2000년대 전후로 중국을 통한 DVD등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의 복제본이 북한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양한 루트를 통해 얻은 정보는 장마당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지역별로, 또 계층별로 확산이 되고 이 정보확산 효과는 더욱 커졌다. 특히 대북방송, 즉 라디오를 통해 들어왔던 내용들을 DVD 등 영상물을 통해 시각적으로 재확인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좀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된 것이다.”

△박 = “동독의 경우 ‘탈 데어 아노스로젠’, 즉 ‘무지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서독의 대동독방송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있었다. 북한의 경우에도 전파가 닿지 않는 곳이 있나.”

△김 = “전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지역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문제는 북한 당국의 방해전파다. 북한 당국에서 쏠 때가 있고 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쏘는 경우에는 라디오를 듣기 힘들다.”

북한을 향한 미디어에 김정은은 왜 민감한가?

△박 = “이번 남북고위급 접촉을 통해 증명된 것은 북한이 대북방송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유학경험 등이 특히 대북방송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 “대북방송은 김정일 시대에도 있었지만 그에 대한 반응이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예민한데, 김정은이 해외 유학경험을 통해 미디어의 영향력을 알고 있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점차 정보공유가 빨라진다는 점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북한 내외부의 정보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유입,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남한 내의 NGO 활동까지 언급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보면 김정은 정권의 예민한 상태를 알 수 있다.

특히 북한에서 지도자가 차지하는 위상은 매우크기 때문에 방송에서 지도자에 대한 비판 내용이 나오면 북한 주민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김일성이 러시아에 방문했을 당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이 가장 앞에서 등장할 줄 알았는데 30여개 국 가운데 15번째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수령 절대주의 사회에서 지도자에 대한 신앙과 같은 숭배가 외부방송에 의해 실체가 밝혀지는 것은 주민들에게 충격이자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다. 때문에 북한 당국이 정보를 통제하려고 드는 것이다.“

△박 = “그렇기 때문에 대북방송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한때 독일의 ‘포커스’라는 잡지에서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 실패사례를 집중 취재해 ‘나는 북한을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낸 바 있다. 이때 북한은 이를 적극 활용해 내부 체제선전을 한 바 있다. 때문에 이런 북한의 행태에 맞서기 위해서도 대북방송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차원에서 힘들다면 민간이 대북방송을 제대로 운영하도록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야한다고 본다.”

△김 = “실제 탈북했다가 다시 돌아온 주민들의 기자회견은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목숨 걸고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온 모습을 보면 ‘남쪽이 얼마나 살기어려우면 돌아왔을까’라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그동안 북한 당국으로부터 ‘북조선은 잘사는 사회주의 나라’라는 세뇌도 받았으니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탈북을 결심했던 사람들 가운데 기자회견 모습을 보고 탈북을 포기하기도 한다. 라디오를 듣지 않는 사람들은 이러한 북한당국의 선전을 100% 믿을 수밖에 없다.”

대북방송 듣기위해 1시간 동안 주파수 맞추는 북한 주민들

△박 = “실제 북한에서 어떤 라디오 방송이 잘들리고, 또 어떤 방송을 선호했나.”

△김 = “자유아시아방송과 열린북한방송을 많이 들었다. 가장 잘들리는 것은 자유아시아방송이었고, 열린북한방송은 개인적으로 흥미있는 프로그램을 송출했기 때문에 늘 주파수를 맞춰서 듣곤 했다. 하지만 한 시간짜리 짧은 방송은 주파수를 돌리다보면 프로그램이 이미 끝나있는 경우가 많았다. 주파수 맞추는데 1시간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대북방송을 하려면 한번에 3시간에서 4시간정도는 진행해야 북한 주민들이 들을 수 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홍효식 기자
△이 = “민간 대북방송의 경우 짧게 하는 곳은 한번에 1시간, 국민통일방송은 한번에 2시간 방송을 송출한다. 하루에 본방송 2시간과 재방송 2시간 총 4시간을 송출한다.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긴 시간동안, 또 음질이 좋은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자유아시아방송의 경우 단파 주파수 10여개, 중파(AM) 주파수 1개를 운영하고 있어 북한주민들이 잘 들을 수 있는 방송 중 하나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주파수가 다수이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도 방해전파를 운용하는게 쉽지않다. 하지만 자유아시아방송조차도 중파 방송은 하루에 4시간에서 5시간정도로만 송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 “앞서 말했듯이 단파방송으로는 대북방송 운용에 큰 제약이 있다. 중파 주파수로 송출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서 민간 대북방송 환경을 개선하는데 어떤 제약이 있는건가.”

△곽 = “우선 민간대북방송사의 전파 송출에 대한 관련 법이 없다. 민간대북방송사에 전파를 할당해본 사례도 없다. 사실 남북관계를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부와 정치권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민간대북방송들이 외국 송출 기관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단파로 송출하는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것은 관련 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여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대북방송 활성화 문제에 대해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민감한 영역이라고 치부해 쉽게 관련 법안 제정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 “하지만 현재 민간대북방송의 주파수 지원과 제작비 지원을 명시한 법안을 김을동, 하태경 새누리당의원이 발의한 상황이다. 김 의원의 경우 몇해 전에 지원법을 발의한 적이 있었는데,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에서 조용히 사장됐다. 이를 손질, 업그레이드를 거쳐 다시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치권을 봤을 때 해당 법안에 대한 검토가 적극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북한 정권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대북방송의 역할을 논의하기도 전에 정치권에서 중단하는 그런 상황인 셈이다. 이번에도 그냥 논의하다가 끝날 것으로 보인다.”

△박 = “북한인권법안도 10년동안 계류되고 있는 상황인데, 민간대북방송 활성화를 위한 법률들이 쉽게 통과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 “사실 대북전단이나 대북확성기 방송보다 전파를 이용해 방송을 송출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확성기나 전단은 남한에 있는 지역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부작용이 있고 남북 접경지역의 제한된 인원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전파는 보이지도 않고, 청취대상도 제한적이지 않다. 대북전단이나 대북확성기보다 부담이 적고 대상도 넓어 전향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향후 대북방송 콘텐츠…"북 비판·민주주의 주입보다 북 주민에 필요한 정보로"

△박 = “주파수나 재정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북방송의 콘텐츠를 어떻게 구성할것인가하는 문제다. 향후 대북방송의 콘텐츠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제안해달라.”

△이 = “직접 대북방송을 하는 입장에서 예전에는 북한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주입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빠른 사회변화상에 발맞춰 주민들이 장마당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그리고 장마당을 통해 주민들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그런 방송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남북이 상호 심리전을 벌인다는 것은 20세기적 마인드라고 본다. 심리전이라는 측면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 즉 알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취지가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남북의 대립과 대결의 시대가 갔다는 좋은 말이 나오는데, 그 때문에 대북방송이 꼭 필요한 것이다. 현재 상황으로서는 북한 주민들이 듣고 싶은 방송을 만들기에 역부족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한사회의 대북방송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도 병행할 것이다. 대북방송과 관련된 사회적 합의와 준비를 위해 홍보를 적극 진행할 것이다.”

△곽 = “민간대북방송은 인권, 자유, 민주주의, 자본주의 등 추상적인 정보와 실제 북한이라는 땅에서 발을 디디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함께 전해주는 콘텐츠가 마련돼야 한다. 그들은 의식주와 관련된 정보가 절실하다. 또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도 궁금해 한다. 탈북에 필요한 정보 등에 대한 갈증도 심하다. 정보가 부족하면 어떤 결정을 내리기가 수월하지 않은데 그런 북한 주민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대북방송의 역할은 기성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만을 위한 콘텐츠가 틈새시장이다. 3만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남한에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교류를 통해 북한 주민들이 필요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송출해야 한다.”

지난달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자유로 일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고요한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 = “독일의 경우 중앙 범죄기록소를 설치해서 육하원칙에 따라 동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침해에 대해 일일이 모두 기록했다. 이는 동독 정부에 큰 부담이 됐다. 우리도 이와같은 기관을 설치해서 북한의 엘리트 층을 타깃으로 대북방송을 송출해야 한다. 동독의 호네카 의장이 쫓겨난 이유는 대동독 방송을 통해 중앙범죄기록소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고, 이렇게 되면서 동독 엘리트 계층이 자발적으로 호네카 의장을 축출, 책임회피를 시도한 것이다. 이같은 과정은 동독이 스스로 서독에 편입된 계기를 마련해 줬다. 따라서 대북방송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자유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김 = “탈북자 입장에서 특별히 바라는 건 없다. 다만 내가 남한에 와서 놀랐던 것은 가스, 물, 불, 전기가 끊기지 않고 계속 나오고, 먹고 입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남한에 정착한지 이제 1년이 됐는데 전기가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는 점이 놀랐다. 이런 삶이 있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이런 사소한 얘기들, 1년 동안 불이 1초도 꺼진적 없다는 내용을 송출하면 북한 주민들은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그런 사소한 내용들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갈 것이다.

여기에 잘 들리는 대북방송과 긴 시간의 방송만 보장되면 좋겠다. 북한 주민들은 이불 속에 들어가서 라디오 들을 생각밖에 안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탈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 한국에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정작지원 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방송해주면 좋겠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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