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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거포’ 박병호, 잠자리채 부대 몰고 오나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8.18 09:40
수정 2015.08.19 14:27

시즌 43호 홈런으로 개인 통산 200홈런

산술적으로 이승엽 대기록 돌파 가능

전설의 대기록에 한 발 더 다가선 박병호. ⓒ 넥센 히어로즈

개인 통산 200홈런으로 ‘국민 거포’로 등극한 박병호(29·넥센)가 이제는 이승엽의 대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박병호는 17일 목동 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와의 홈경기서 0-1로 뒤지던 3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 상대 선발 이재곤의 공을 두들겨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이로써 시즌 43호 홈런을 쳐낸 박병호는 통산 200홈런과 함께 역대 최초 4시즌 연속 홈런왕에 성큼 다가섰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이룬 200홈런이다. 하지만 박병호의 야구인생은 2011년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지난 2005년 LG로부터 1차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 박병호는 잠재력을 터뜨리기까지 무려 8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가 LG에 몸담은 7년 동안 기록했던 홈런 개수는 고작 24개. 2군에서는 특유의 장타력이 살아났지만 1군 무대에 올라오기만 하면, 침묵을 지키기 일쑤였다. 결국 LG는 2011년, 마운드 보강을 위해 시즌 도중 넥센과 트레이드를 시도했고, 이는 박병호 야구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넥센 이적 후 가능성을 보였던 박병호는 이듬해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이라는 괴물과 같은 성적표로 단숨에 특급 타자 반열에 올라섰다. 그해 MVP 역시 박병호의 몫이었다. 2013년에도 타율 0.318 37홈런 117타점이라는 이상적인 기록한 박병호는 전 시즌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타고투저의 절정이었던 지난해에는 타율 0.303 52홈런 124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이승엽, 심정수 이후 맥이 끊겼던 50홈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비록 MVP는 200안타를 친 팀 동료 서건창에 내줬지만 박병호 역시 후회가 남지 않는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은 더욱 진화한 모습이다. 지금까지 107경기에 출장 중인 박병호는 타율 0.350 43홈런 116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더라도 충분히 MVP를 받을 만한 성적이다.

무엇보다 전 경기 출장 중이라 뛰어난 내구성 입증과 함께 여러 누적 기록들을 갈아치울 채비에 나서고 있다. 경기당 0.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박병호는 산술적으로 57.9개까지 칠 수 있다. 이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을 의미한다.

KBO리그 한 시즌 역대 최다 홈런은 2003년 삼성 이승엽이 기록한 56개다. 지금의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이승엽의 대기록을 넘을 수 있다. 더욱이 박병호는 경기당 0.35개를 쳤던 전반기보다 후반기(0.62개) 페이스가 훨씬 더 빨라 60홈런도 꿈꿔볼 수 있다.

2003년 이승엽이 최다 홈런에 근접하자 당시 야구장에는 홈런볼을 잡기 위해 너도나도 잠자리채를 들고 오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만큼 역사적인 홈런볼에 대한 가치는 대단했다. 실제로 이승엽이 역대 처음으로 통산 400홈런을 기록했던 올 시즌도 구름관중이 홈런볼을 따라다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예전과 같은 잠자리채 부대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SAFE 캠페인을 벌이는 KBO는 올 시즌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모든 야구장에 길이 1m 이상의 물건을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박병호가 홈런석 없는 목동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다는 난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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