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전도연 한효주…여배우들의 반격
입력 2015.08.19 08:48
수정 2015.08.19 09:06
각기각색 캐릭터…여름 성수기 극장가 장악
男 못지 않은 존재감·연기력 흥행 견인차
여배우들이 이끈 영화들이 최근 들어 극장가에 선보이고 있다. 전지현 주연의 '암살'·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 한효주 주연의 '뷰티 인사이드'ⓒ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뉴(왼쪽부터)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 연기력과 흥행력을 동시에 갖춘 여배우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그간 남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영화가 주를 이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베테랑 여배우들조차 "여배우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오는 작품이 별로 없다"고 말하듯, 충무로에는 남배우들이 이끄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을 쳤던 '명량',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모두 남배우들이 메인으로 나선 작품이다. '해적'의 손예진 정도만 그나마 여배우로서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남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은 캐릭터부터 여배우가 '원 톱'으로 나선 작품까지. 여배우들의 반격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가장 눈부신 활약을 보인 배우는 최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한 '암살'의 전지현이다. 전지현은 극 중 신념의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았다.
전지현은 긴 팔과 다리를 이용한 액션신을 소화해냈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겨누고, 쏘는 모습에선 이런 액션신을 소화할 만한 여배우는 전지현이 유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정재 하정우 등 쟁쟁한 남자 배우들 틈에서도 밀리지 않는 우아한 카리스마를 과시한 것도 전지현만의 매력이다.
'암살'에서 전지현의 촬영분은 전체 분량의 80%로 포스터와 크레디트에 맨 먼저 올라오는 이름이 전지현이다. 여배우가 중심에 서서 대작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전지현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기억에 남은 작품이 별로 없었다. '친절한 금자씨'나 '엽기적인 그녀'는 오래된 작품이다. '암살' 출연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내 작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13일 개봉한 박흥식 감독의 '협녀, 칼의 기억'은 제목부터가 여성 캐릭터를 상징한다. 이병헌 외에 전도연 김고은 등 두 여배우가 출연한다.
여배우들이 이끈 영화들이 최근 들어 극장가에 선보이고 있다. 전지현 주연의 '암살'·전도연 주연의 '협녀, 칼의 기억'· 한효주 주연의 '뷰티 인사이드'ⓒ쇼박스·롯데엔터테인먼트·뉴(왼쪽부터)
'칸의 여왕' 전도연은 대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유백(이병헌)을 향한 증오로 평생을 고뇌 속에 사는 월소를 연기했다.
시각 장애인 검객으로 분한 전도연은 월소의 애절한 감정을 온몸으로 연기했다. '협녀'의 헐거운 스토리를 그나마 매끄럽게 다듬은 건 전도연 특유의 감정 연기다.
작품마다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전도연은 최근 언론시사회 직후 "어떤 노력을 해도 피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액션신, 맹인 연기를 잘한 줄 알았는데 부족한 부분이 느껴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도연 외에 김고은도 제 몫을 톡톡히 했다.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그는 작고 여린 체구로 무술·검술·와이어 액션 등을 매끄럽게 넘나들었다. 그는 전작 '차이나타운'에서도 김혜수와 함께 극을 이끈 바 있다.
김고은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배들로부터 한국 영화에선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가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는데 난 운이 좋았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여성 영화가 나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뷰티 인사이드'(20일 개봉)는 한효주가 전면으로 나선 판타지 로맨스다. 자고 일어나면 매일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남자 우진과 그가 사랑하게 된 여자 이수(한효주)의 이야기.
우진 역을 연기한 배우 123명을 사랑을 듬뿍 받은 탓일까. 한효주는 역대 최고의 미모를 뽐냈다는 평이다. 연기력은 크게 돋보이진 않지만 상대 배우가 의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20대 여배우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이정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엄정화는 '미쓰 와이프'에서 코믹과 감동을 적절히 오가는 연기를 각각 선보여 여배우로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이같이 여성 배우들이 작품에서 역량을 뽐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건 관객들과 영화 관계자들에게 모두 반가운 일이다.
박호선 영화 평론가는 "그간 남자 배우들 중심이 영화만 흥행했는데 이젠 여자 배우들이 활약할 시기가 온 것 같다"며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이 잘 살아났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 "여배우는 감정의 진폭이 큰 신에서 특히 돋보인다"면서 "여배우는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이런 부분이 최근 두드러진 건 영화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