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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대가가 고작 확성기? 북이 두려워할 숨은 이유

목용재 기자
입력 2015.08.11 17:55
수정 2015.08.11 18:06

국경지역 근무 탈북자 "거짓말이라해도 믿게 되더라"

대북 방송 재개시 영점 타격 공언한 북에 즉각 응전

군 당국은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 의도적으로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일부 시행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2010년 5월24일 국방부가 천안함 침몰사태에 따른 대북조치의 하나로 대북 심리전 재개를 결정, 중동부전선을 지키는 백두산부대 최전방 GOP 장병들이 확성기를 점검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방부가 비무장지대에서 ‘목함지뢰’로 무력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혹독한 대가’의 수단으로 ‘대북확성기’ 재개를 선택했다. 남북 국경에서 군복무를 경험했던 탈북자들은 대북확성기 방송이 북한 주민들에게 근본적인 심리적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무기라고 회고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대북확성기 방송을 들은 국경연선의 인민군들은 당장은 ‘거짓말’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전역 후 시간이 지날수록 김일성 일가의 비리, 인권유린, 부유한 남한의 삶 등 남한 군 당국이 방송한 내용을 사실이라고 인지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황해도에서 군복무를 했던 남성 탈북자 A씨는 11일 ‘데일리안’에 “지금 인민군들은 모르겠는데, 예전 인민군인들은 남조선에서 방송하는 확성기 방송을 거짓말이라고 믿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들으면 기억하게 되는 법인데, 거짓말로 치부했던 기억들이 전역 후 하나하나씩 증명돼간다”고 증언했다.

A 씨는 “북한사회의 모순 이런 것을 남한 군 당국에서 방송을 했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 남한 방송이 맞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된다”면서 “요즘의 군인들은 남한 드라마나 영화 등을 본 세대이기 때문에 남한의 대북확성기 방송을 들으면 심리적 동요가 우리 때보다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국경지대에서 군복무를 했던 탈북자들은 대북 확성기방송과 대북전단을 함께 본 군인들은 심리적으로 더욱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는 상황에서 군 당국까지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일종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개성에서 군복무를 한 회령출신의 여성 탈북자 B씨는 본보에 “저는 군복무시절 조선중앙방송보다 대북확성기 방송을 더 많이 들었다”면서 “아침마다 넘어온 전단지 수백장을 보고, 새벽에는 근무하면서 확성기 방송을 듣는데, 이런 일상이 되다보면 거짓말이라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믿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증언했다.

B 씨는 “38선 군사분계선에서 근무하면서 매일 대북방송을 듣던 지인은 전역 후 아내와 함께 도망쳤다”면서 “새벽 근무 나갈 때 듣는 방송, 우리가 모르던 김일성 일가의 비리나 범죄 등에 대한 내용, 그리고 노동신문에 나온 남한 사람들의 삶 등을 (종합해서) 보다보면 (북한이) 틀리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증언했다.

실제 국방부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며 대북 대응수단을 ‘대북확성기방송 재개’를 선택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난 2004년 6월 15일 0시부터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모든 남북 간 상호 선전활동이 중단되기 전까지 북한은 남한의 대북선전전을 중단시키기 위해 매달려왔다.

국방부 관계자는 본보에 “대북확성기를 재개한 이유는 이 심리전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보통 남북군사회담을 할 때마다 북한 측에서 집요하게 매달렸던 부분이 GOP선상에서 대북심리전방송 활동 중단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들은 최고 존엄을 운운했고 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며 북한의 전연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북한 병사들의 영향을 고려해 제발 중단해달라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군 당국이 남한 군 당국의 대북확성기방송(심리전) 재개에 대해 마땅히 대응할 방안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대남비난방송을 재개한다해도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미지수고, 관련 장비, 시설, 전력 등도 충분치 않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도 대남 방송시설이 있지만 출력면에서 우리측과 상대가 안된다. 실제 맞대응할 방법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도 본보에 “북한에 확성기, 방송장비, 전기 이런 것들이 준비가 잘 안돼있다. 남한의 경우 확성기 방송이 북한 내륙으로 20km까지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심각하게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은 북의 도발에 대한 즉각적인 응전이다. 북한은 대북 방송 재개시 영점 타격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북측의 추가 도발에 대한 대응 준비는 이미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발효한 상태다. 한민구 국방장관이 전방 초소를 순찰하는 것도 북에 대한 확고한 응전 태세임을 말해준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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