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8월 한일전…슈틸리케호 ‘양날의 검?’
입력 2015.08.05 14:03
수정 2015.08.05 14:05
일본과 숙명의 한일전, 광복절 앞둬 의미 배가
전날 여자대표팀 승리 기세 이어갈지 관심
광복절을 앞두고 숙명의 한일전을 치를 슈틸리케호. ⓒ 대한축구협회
중국 우한에서 열리고 있는 2015 동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 중인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일본과의 라이벌전을 앞두고 있다.
한일전, 그것도 광복절이 있는 8월의 한일전은 종목을 막론하고 대한민국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특별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게 한다.
이는 선수들로 하여금 스스로 가진 능력 이상을 발휘할 수 있게도 하지만 때로는 지나친 중압감에 오히려 평소 보여주던 실력 이하를 보여주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점을 의식한 탓인지 슈틸리케 감독도 동아시안컵 개막 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에 뿌리를 둔 역사적 배경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입장에선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하면 안 된다. 90분간 펼칠 전술과 기술적 부분을 스포츠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일전에서 축구 외적인 요소가 대표팀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의중이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번 동아시안컵의 특징이 한 가지 있다면 남녀 축구대표팀이 모두 출전한다는 점인데 한국 남자대표팀이 일본을 상대하기 하루 전인 4일 여자축구대표팀이 먼저 승전보를 전했다. 그것도 짜릿한 역전승이다.
한국은 이날 일본에 먼저 골을 내준 뒤 후반전에 주장 조소현이 동점골을 성공시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후반 추가시간 베테랑 전가을이 기가 막힌 프리킥 슈팅을 일본의 골문 안에 꽂아 넣은 끝에 승리를 얻어냈다.
일본이 세대교체 차원에서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려 이번 대회에 출전했기 때문에 이번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 역시 지소연, 박은선과 같은 주축 선수들이 빠졌고, 특히 심서연은 지난 중국전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 의미가 결코 평가절하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날 승리는 한국 여자축구에게 있어 가히 ‘우한대첩’이라 불릴 수 있는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한국 여자축구는 일본과의 역대전적에서 4승8무14패로 여전한 열세를 유지했지만 최근 일본전 2연승을 달리게 됐다.
여자축구의 ‘우한대첩’ 이튿날 한일전을 치르게 된 남자 대표팀은 다소 분위기가 묘하게 됐다.
과거의 경우 일정상 여자 대표팀이 일본에게 패한 뒤 남자 대표팀이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설욕을 하는 모양새가 됐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여자 대표팀의 승리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여자 대표팀의 한일전 승리가 남자 대표팀에게 활력소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더 큰 부담이 주어진 모양새로도 볼 수 있다. 최근 한일전 결과 역시 대표팀에 다소 부담이다.
한국은 일본과의 역대 전적에서 40승 22무 14패로 앞서 있지만,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패했다. 2년 전 동아시안컵에서는 1-2로 졌고, 2011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친선경기에서는 0-3이라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같은 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는 2-2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기에서 0-3 패했다.
슈틸리케호는 앞서 1차전에서 홈팀 중국에 2-0 완승을 거둬 상승세를 탄 상태인 반면 일본은 북한에 1-2로 역전패하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한일전의 흐름만 놓고 보면 연패를 끊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에게 결코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
멤버구성은 양 팀 모두 유럽파가 빠져 있다는 점에서 같은 입장이다. 한국은 K리그와 중국, 일본 리그 선수들로 이뤄졌고, 일본은 선수층이 두꺼운 자국 J리그 선수들로만 팀을 구성했다.
그나마 한국 대표팀에는 J리그에서 뛰며 일본 선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는 점이 더 유리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이 지난 북한전을 통해 체력적으로 문제를 드러냈다는 점 역시 한국 대표팀에 호재다.
광복절을 딱 열흘 앞둔 시점에서 열리는 한일전. 이기면 광복절 분위기가 확 올라갈 것이고, 패하면 8월 한 달 내내 찜찜한 기분을 안고 살아야 할 것 같은 시점에 열리는 한일전이다. 슈틸리케 감독 말대로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러기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슈틸리케호가 지난 중국전과 같은 시원한 완승으로 지긋지긋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전 불운과 연패의 사슬을 끊어내고 광복절을 앞둔 축구팬들에게 선물을 안길지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