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 롯데의 막장드라마, 주총해야 종영
입력 2015.08.04 11:03
수정 2015.08.05 11:00
동주-동빈 만나지 않아 '마이웨이'선택
주총일정도 잡혀있지 않아 갈등 장기화
4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오후 2시경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마자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있는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가 이번 일본 출장과 관련해 짧게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에게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은 "어디 갔다 왔냐"고 물었고, 신 회장이 "금일 동경에서 돌아왔습니다"고 대답하자 신 총괄회장은 "어허, 그러냐"고 말했다. 신 회장은 다시 한 번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고 롯데그룹 측은 전했다.
한편 함께 동석했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간의 인사나 대화도 일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신 전 부회장은 이날 일본으로 출국 예정이었지만, 출국하지 않아 이들이 직접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도 제기 됐었다.
'화해' 아닌 주주총회 '표대결' 경쟁구도 재확인
결국 이들은 화해보다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 및 '마이웨이'를 통해 장기간의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의 오랜 갈등이 하루아침에 봉합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부터가 오히려 시작이라고 볼 수 있으며 나중에 계열분리가 될 때까지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은 엇갈린 행보로 자신들의 능력을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을 등에 업고 신 총괄회장이 자필로 서명한 '해임지시서' 및 신 총괄회장의 동영상을 방송국에 배포해 자신이 후계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파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반해 신 회장 측은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를 강화하며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실제 이날 신 회장은 아버지를 만나고 난 이후 바로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찾아 현장 직원들을 격려했다.
롯데월드타워 107층까지 직접 올라간 신 회장은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에게 공사 현황을 보고받은 후 "롯데월드타워는 총괄회장의 창업정신에 따라 롯데가 사명감을 가지고 짓는 곳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며 "흔들림 없이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완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롯데가 빠른 시일 내로 정상화되고 발전되도록 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며,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향후 이들 형제간의 갈등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첨예화될 예정이다. 신 회장 측은 이번 주총에서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기 위한 정관변경을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며,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로 복귀시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주주총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아 당분간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한 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표 대결을 펼칠 가능성이 커 보이며 더욱 장기적으로는 법적인 소송 등을 통해 경영권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할 것으로 보여 이번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