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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황선, 북이 암살 협박하는 탈북자만 고소한 이유는

하윤아 기자
입력 2015.08.03 08:51 수정 2015.08.03 08:57

토크콘서트 비판했다고 꼭집어 강철환만 고소

강철환 "북이 나를 표적 삼아 고소 우연 아닌듯"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북한이 탈북자 출신 북한인권운동가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 인권의 참혹한 실상을 알리는 데 앞장서 온 탈북자에 최근 북한이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하고, 협박성 소포가 전달되거나 친북 성향 인사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등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결코 가볍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데일리안'에 “내게 집중되고 있는 북한 정권의 협박, 예를 들면 사무실에 도끼가 들어있는 상자를 보낸다거나 실명으로 계속 나를 비난하는 이런 여러 가지 상황들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는 힘들다”며 “북한의 통일전선부에서 날 위험인물로 파악하고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서온 인물이다. 실제 그는 유년시절 북한의 요덕(15호)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10년간 생활하다 출소, 1992년 입국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직접 겪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리기 위해 수기를 엮어 책을 발간하고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수용소의 실태를 증언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뿐만 아니라 그는 과거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이 어떻게 악용됐는지 조사·발표하는 활동을 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북한 해외 근로자들의 인권 실태와 북한의 해외공작에 따른 대북지원 문제점을 언급하는 등 북한 체제에 대해 활발히 지적해왔다.

실제 북한 대남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강 대표를 ‘추악한 인간 쓰레기’, ‘오물’이라고 표현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이에 탈북자 출신 인권 운동가와 국내 안보 전문가는 강 대표를 향한 북한의 비방에 대해 ‘심리적인 압박을 가해 활동을 위축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의 증언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설립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북한 최고지도자의 국제사법재판소(ICC) 제소를 포함한 북한인권결의안의 유엔총회 채택과 유엔북한인권사무소(OHCHR)의 서울 개소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 대표는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사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핵심적인 포인트를 잡아왔다”며 “막연하게 인권운동이 아니라 북한 체제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 입장에서 저를 나쁘게 보고 가장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재미교포 신은미 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에게 고소를 당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또한 우연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 초봄 때와 지난달 비슷한 내용으로 고소를 당했다”면서 “지난해 토크콘서트 이후로 탈북자와 전문가들이 그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던 것에 비해 나는 전문가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감성적으로 비난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만 고소했다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고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지난 2014년 12월 9일 저녁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열린 ‘평양에 다녀왔수다’ 토크 콘서트에서 재미동포 신은미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본보가 관련 고소 중 한 건을 살펴본 결과, 주식회사 조선방송에 대한 신 씨와 황 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강 대표가 피고인으로 포함됐다. 피고인 8명 중에 조선방송에 직을 두지 않고 있는 사람은 강 대표 한 사람뿐이었다. 나머지 7명의 피고인은 조선방송 대표이사와 앵커, 기자 등이다.

신 씨와 황 씨는 강 대표가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점을 고소 이유로 들었다. 신 씨는 특히 자신이 부른 노래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가 김정일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진 선동곡이라고 보도한 해당 방송사 프로그램의 뉴스 리포트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문제 삼고 나섰다.

신 씨는 리포트에 ‘종북적인 사람들이 와도 꼬투리가 잡히지 않는 어떤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포섭할 수 있는 그런 발판을...’이라는 강 대표의 발언이 담긴 것과 관련, “피고(강 대표)는 이 노래들을 부르는 것은 종북적인 사람들이 꼬투리를 잡히지 않는 자연스러운 노래라고 하였는 바, 이는 원고(신 씨)를 종북적인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 피고는 자신의 발언이 보도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인터뷰를 하여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주장했다.

신 씨는 이 같은 주장을 담은 고소장을 지난달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하고 다음날인 16일부터 23일까지 일본 도쿄, 교토, 요코하마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6·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 기념 ‘통일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일본 강연을 마친 그는 곧바로 북한으로 건너갔고 자신의 SNS를 통해 평양에서의 생활을 공개했다.

강 대표는 “갑자기 나를 상대로 두 번씩이나 재판(고소)을 걸고 하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우연인 것 같지만 난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에서) 나를 표적으로 삼고 신은미를 구실로 공격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신 씨와 황 씨가 소를 제기한) 의도는 물론 있겠으나, 북한과의 연계성을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고영주 법무법인 케이씨엘 대표변호사는 “고소를 당함으로서 개인이 위축되는 점을 노렸을 수도 있고, 이를테면 자신들에 비판적인 논객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종북세력들은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계가 돼 있어 직접 지령을 받는 경우도 있고 비난성명을 받아서 그대로 (행동)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은 상당히 입증하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다만 고 변호사는 “일부 판사들이 ‘종북이라는 말을 듣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며 “종북을 종북이라고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런 국내의 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헌 변호사(‘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도 “현재 법원에서 ‘종북’이라고 지칭하는 부분에 대해 일반적인 관점과 법적인 관점을 달리해 너무 엄격하게 보고 있다”며 “최근의 통합진보당 해산과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등 일련의 과정을 본다면 현 상황에서 종북이라는 개념은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최근 들어 소위 말하는 종북 좌파로 인식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 우호적인 법원의 입장에 기대 자꾸 소송을 통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며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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