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현안 생길 때마다 멈추는 국회, 민생 '쿼바디스'
입력 2015.04.22 10:03
수정 2015.04.22 10:10
<기자수첩>국민 위해 일하는 정치인, 우선순위 판단해야
공무원연금개혁, 경제활성화법, 영유아보육법 등 굵직한 현안을 안고 시작했던 4월 임시국회가 어느새 반환점에 도착했다. 그러나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망으로 인해 국회는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4월 임시회가 시작되기 앞서 여야는 수차례의 원내대표 간 주례회동을 갖고 회기 내 △지난 3월 본회의에서 부결된 영유아보육법 보완 처리 △사회적경제기본법 합의 처리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반영한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 등에 뜻을 모았다.
이 외에도 여당이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관광진흥법·크라우드펀딩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금융위원회설치법·하도급거래공정화에 관한법·의료법(3개) 등 9개의 경제활성화법안과 다음달 6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진행 중인 공무원연금개혁 등의 안건도 고스란히 4월로 넘어왔다.
특히 이 중 공무원연금개혁은 통과가 늦어질수록 국가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최우선적인 현안으로 여겨졌고, 여야 모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4월 임시회를 맞이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이 이례적으로 야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기세를 몰아 여야 협상에도 부드러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9일,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세상에 공개되며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13일부터 진행된 대정부질문에서 리스트에 포함된 이완구 국무총리를 향한 공세만이 줄을 이었을 뿐 민생에 관련된 이야기는 듣기 힘들었다. 또한 여야의 대변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를 향해 ‘네 탓’ 공방만을 일삼았다.
상임위원회에서도 정치권 금품 제공 의혹에 대한 수사 상황과 추가 연루된 정치인을 캐내기 위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종 정책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릴 위기에 처했다. 처리해야 할 법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머리를 맞대 꽉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도 모자랄 판에 성완종 정국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72일 만에 가까스로 청문회를 개최했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준 표결도 기약할 수 없게 되는 등 국회가 마비 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의 원내대표는 21일 주례회동을 갖고 성완종 정국을 타개하고 얼어붙은 4월 임시회를 녹이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국회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국을 휩쓰는 ‘쓰나미형’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국회는 늘 ‘식물국회’로 변하곤 했다. 지난해 터진 세월호 정국이 그 대표적인 예다. 당시 국회는 ‘세월호법’을 둘러싼 정쟁으로 파행을 맞아 5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무려 151일이라는 오랜 기간을 날려버렸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여야가 두 차례에 걸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약속을 파기하는 바람에 추인이 물거품 됐고 그로 인해 국회는 계속해서 공전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에도 여야는 국회 파행의 책임을 서로에게만 떠넘기며 민생 전체를 망치는 우를 범했다. 나아가 단순히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민 전체를 대립의 구도 속으로 몰아넣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았다.
그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국무회의에서 ‘제 기능 못하는 국회’, ‘정치를 위한 정치’, ‘마비 국회’, ‘의회 민주주의 실종’ 등 국회를 향한 작심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정한 한 사안을 두고 제 역할을 못하는 정치권의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정쟁이 지속되고 국회가 숨을 쉬지 못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상은 국민이다. 정치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가는 것이다.
정치인이 가장 최우선적으로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민생 돌보기’이다. 국민의 혈세를 받는 정치인이 우선순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안위 또는 소속 당의 이익을 위해서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국민은 정쟁에 대해 질렸다.
국회는 4월 임시회의 절반을 허송세월 보냈지만 아직 회기는 ‘절반이나’ 남았다. 입으로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외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민생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이제는 ‘식물국회’ 대신 ‘일 하는 국회’라는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