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벽에다 말하는 줄" 홍준표 "대안도 없으면서"
입력 2015.03.18 14:34
수정 2015.03.18 17:33
창원시청서 회동 입장차만 확인하고 등 돌려
문재인 "스웨덴서는..." 홍준표 "미국서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만나 무상급식 문제 해결방안을 강구했지만, 양측 모두 서로를 ‘벽’으로 평가하며 결국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경상남도 도청을 방문해 홍 지사와 약 30분 간 무상급식 관련 대화를 나눴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등을 돌렸다. 문 대표가 회담 후 지사실을 나서면서 이날 회담의 성과에 대해 “벽에다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하자, 홍 지사 역시 “저도 마찬가지”라며 끝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문 대표는 또 “지금 들어가서는 안되는 길, 잘못된 길을 가시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홍 지사는 “잘못된 길을 가는지 안 가는지는 나중에 가서 판단해봐야지. 난 대표님이 좋은 대안을 가지고 올 줄 알았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문 대표는 “뭔가 길이 있다면 우리끼리라도 더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전혀 길도 방법도 없으시다니”라며 추후 재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앞서 이날 회동에서 문 대표는 “이 문제의 발단이 교육청 감사문제에 대한 지사님과 도교육청 간 입장차로 시작됐다는 건 누구나 아는 바 아닌가. 이제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논의하는 것조차 안되고 있다”며 “지사님 개인 소신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어디에 살든 급식에서 차별받아선 안된다. 어른들 정치때문에 경남애들만 급식을 못받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논쟁하려고 온 게 아니다. 아직 해법이라도 좀 남아있는지, 내가 구제라도 할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왔다”며 “그 돈을 교육예산 등 다른 용도로 쓴다지만, 어쨌든 예산은 확보되있는 거니까 해법이 있다면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 지사는 “경남도와 지자체에서 지급하던 642억원은 서민자녀 교육지원비로 돌리기로 도의회에서 지난 12월5일에 이미 확정이 났다”며 “밥보다 공부가 우선이 아니냐. 그래서 정말 힘든 계층의 급식은 정부에서 국비로 하고 있으니 나머지는 도교육청의 예산으로 집행하고, 우리 지자체의 예산은 어렵게 사는 서민자녀들 공부하는 데 보태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확정된 예산대로 서민자녀 교육지원 예산 집행을 위해 지난주에 발표를 한 것인데 그것이 갑자기 무상급식 중단으로 둔갑돼 이렇게 화제가 될 줄 전혀 몰랐다”며 “국회가 예산안을 확정하면 그에 따라 집행부는 집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고, 이에 문 대표는 “천하의 홍준표 지사님이 의회 뒤에 숨으시겠느냐. 그러지 마시고”라며 맞섰다.
"도의회 뒤에 숨지마시라, 그걸 누가 믿겠나" 팽팽한 신경전 벌여
특히 대화 후반부에는 양 측이 서로의 발언을 중간에 끊으면서까지 의견 차가 벌어지는 등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문 대표가 “스웨덴이나 핀란드같은 북유럽 나라들이 무상급식 시작한 게 1930~40년대고, 그때 그 나라 국민소득은 1000불에 불과했다. 지금 우리형편에선 재정이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라고 지적하자, 홍 지사는 “북유럽 사회복지체제의 배경은 러시아 공산주의 팽창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세율도 적고, 직접 소득세를 내는 국민이 65%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북유럽 사회보장 체제가 맞느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문 대표가 아이들 간 관계 형성과 건강 강화, 농민 소득 향상 등 무상급식의 효과를 소개했지만 홍 지사는 “대안을 가지고 오라”는 말만 재차 반복했고, 문 대표는 상기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만 가자”며 “도의회 뒤에 숨지 마시라. 지사님이 드라이브 걸어서 이렇게 된 걸 천하가 다 아는데, 이제와서 도의회가 예산 결정했으니 어쩔 수 없단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딴 거 다 떠나서 교육감과 만나시고 해법이 있는지 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시라. 핑계대지 마시고 추경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날을 세우자, 홍 지사는 “빚이 많아서”라고 선을 그은 뒤 “그걸 딴 데 쓰는 것이 아니고 못 사는 애들 공부하는 데 도와주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등을 돌렸다.
한편 문 대표는 이날 창원시 반림동에 위치한 반송초등학교에서 급식봉사를 마친 후, 홍 지사와의 회동에 대해 “해법 마련을 위해 내가 중재할 길이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만난 것인데, 아예 해법이 없다고 벽을 쳐버리니까 달리 방법이 없더라”며 “우선은 지사와 교육감이 만나야지, 아이들 밥을 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 왜 만나질 않느냐”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어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보면 이런저런 방안들이 마련된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제3자의 중재가 필요할 때 우리같은 사람들이 도울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아예 만나지도 않고 다 끝났다는 태도를 보이니까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