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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조용히 허락해야" 가해자 인터뷰에 '경악'

조소영 기자
입력 2015.03.08 13:24
수정 2015.03.08 13:29

영국 BBC방송 '인도의 딸' 다큐멘터리서 성폭행 가해자 인터뷰 논란

2012년 세계적 공분을 일으킨 '인도 버스 여대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중 한 명인 무케시 싱. 사진은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화면 캡처.

8일 107주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각국에서 여성 인권을 재조명하는 캠페인이 열리고 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영 예정인 가운데 영국 BBC방송과 인도 정부 간 여성 인권에 관한 신경전이 논란이 되고 있다.

BBC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12년 세계적 공분을 일으킨 '인도 버스 여대생 성폭행 사건' 등의 내용을 담아 인도 여성 인권 문제를 환기시키는 목적의 '인도의 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방영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인도 정부가 여기에 방영 금지 및 접속 차단 조치를 내리며 제동을 걸었다. 이 영화에 담긴 성폭행 가해자 무케시 싱의 인터뷰 내용이 여성 인권 관한 인도 사회 전반의 시각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3일(현지시각) 사전 공개된 싱의 인터뷰는 모든 것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

싱은 "여성들이 밤에 외출했다 치한의 공격을 받는다면 비난할 사람은 자신들밖에 없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싱은 이어 당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그 친구가 저항하지 않았다면 무참한 폭행은 면했을 것"이라며 "성폭행을 당할 때 저항해서는 안 된다. 조용히 성폭행을 허락해야 한다. 그때 그랬다면 피해자를 내려주고 남자친구만 폭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은 이외에도 "한 손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 품위 있는 여성은 밤 9시에 밖으로 나다니지 않는다"며 "여성이 할 일은 밤에 부적절한 옷차림으로 디스코장과 술집을 어슬렁거리며 나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집안일을 하는 것이다. 20% 정도의 여성들은 착하다"고 말했다.

당시 싱의 변호사들도 밤에 외출하는 여성들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내 딸이나 여동생이 결혼 전 명예를 실추시킨다면 온 가족이 보는 앞에서 온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일 것",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저녁에 모르는 사람과 외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라지나트 싱 인도 내부장관은 "영화에 담긴 가해자의 발언이 매우 경멸적이고 여성의 존엄을 모욕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런 인터뷰 허가가 내려졌는지 수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해당 영화는 8일 BBC와 인도 NDTV를 포함해 세계 7개국에서 방영될 예정이었지만 인도 정부는 영화의 자국 내 방송 금지 및 유튜브에도 접속 차단 조치를 내렸다. 인도 사회 내부에서는 영화에 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소식을 접한 우리 네티즌들은 분노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티즌 '이**'는 "살해당할 때 조용히 죽어야, 폭력당할 때 조용히 맞아야, 강도당할 때 조용히 드려야"라며 싱의 "조용히 성폭행을 허락해야 한다"는 발언을 비꼬았다. 또 다른 네티즌 'clic****'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언어폭력이라 처벌해야한다는 생각"이라며 "저런 답없는 인간이 살아있다"고 쏘아붙였다. 네티즌 '고**'는 "저런 논리라면 자신의 아내와 누나, 여동생이 성폭행당해도 좋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네티즌 'taey****'는 "우리나라도 저런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 여성이 술을 마셔서, 밤에 늦게 돌아다녀서, 짧은 옷을 입었다며 모든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 'vand****'는 "우리나라 법부터 고치고 인도를 욕해야 한다"며 "죽일까봐 두려워 가만히 있었던 것을 두고 함께 즐겼다는 엉터리 논리를 갖다 붙이기도 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인도 버스 여대생 성폭행 사건은 싱을 비롯한 일행 6명이 2012년 12월 밤에 벌인 사건이다. 당시 이들은 뉴델리에서 영화를 보고 귀가하던 여대생과 그 남자친구를 집으로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들이 몰던 미니버스에 태운 뒤 여대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쇠몽둥이 등으로 때린 후 도로에 버리고 달아났다. 피해자는 2주 후에 숨졌고 법원은 싱 일행이 "인도의 집단 양심에 큰 충격을 안겼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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