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후폭풍, 백화점·자영업 민생경제 '위축'
입력 2015.03.05 10:40
수정 2015.03.05 15:12
백화점·카드업계·자영업 등 민생경제에 전반 영향
"몸조심하자는 분위기 형성되면 경제 위축될수 밖에"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 쟁점 법안이던 ‘김영란법’이 정치권의 밀어붙이기 식으로 통과됐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특히 민생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결국 민생경제 활성화를 외치던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민생경제를 버린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지난 3일 본회의 표결을 통해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여야 가리지 않고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내세우며 미리 정해놓은 시한인 2월 임시국회 통과를 강행한 것이다.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은 “위헌인 게 뻔한 걸 어떻게 내가 방망이를 두드리나. 마음 같아선 법안명만 통과시키고 싶다”며 해당 법안이 통과된 이후의 후폭풍을 염려했다.
실제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 ‘100만원 초과 금품수수는 형사처벌’, ‘100만원 이하는 과태료’를 물리는 법안으로 유통, 외식, 호텔업계는 직간접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간 민생경제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내세웠던 정치권이 수많은 우려 속에서도 김영란법을 통과시키면서 오히려 민생경제를 침체시킬 악수를 뒀다는 지적이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영란법의 타격이 식사나 접대 쪽으로 많이 생각하는데, 진짜 접대는 백화점 선물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면서 “거기에 동반되는 카드업계 등 전반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법안이 발효된 것도 아니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바로 영향을 끼칠 건 아니라서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분위기를 봤을 때 명절 선물세트, 상품권 매출 등에서는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당·술집 등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민생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법이 비용 상한선을 정해버렸기 때문에 식당들의 경우 음식 가격을 내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 씨(33)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해당 법안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도 잘 모르고, 본격적인 시행도 되지 않아서 이렇다 할 영향은 없지만 손님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술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40)도 “여론이 무서운 게 직접적으로 타격이 없다고 해도 ‘몸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연스레 손님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고 해도 분위기라는 게 언제 어떻게 돌아설지 모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정치권이 위헌 소지가 다분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결국 내년 총선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점이다. 법안 자체에는 반대를 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찬성표를 던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언제부터인가 김영란법에 찬성하면 정의, 반대하면 부패라는 이미지가 굳어져 버렸다”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반대표를 던지면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표결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본회외 표결에서는 이 같은 심리가 여실히 드러났다. 본회의 직전까지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을 여론에 밀려서 통과시킨다”고 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과잉 입법이 아닌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홍일표 의원도 “반성문을 쓰지 않을 수 없다. 표류시킨다고 비판할 게 두려워 제대로 절차를 못 밟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본회의 표결에서는 대세에 따랐다.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새누리당 안홍준, 권성동, 김용남, 김종훈 단 4명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