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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과 전면전" 상처입은 문재인의 당내 불만 잠재우기

이슬기 기자
입력 2015.02.09 08:05
수정 2015.02.09 08:20

전문가들 "친노 요구 외면못해 강경노선 갈 수밖에"

여권 "참여정부 책임론 계파갈등 노출 흠집 투성이"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로 선출된 문재인 의원과 당권 주자로 나섰던 박지원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제1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서로 엇갈린채 지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2.8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당선된 가운데, 당 내부 재정립 차원에서 신임 지도부의 대여·대정부 투쟁 강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문 대표는 8일 당선 직후 수락연설에서부터 "박근혜 정권에 경고한다"며 대여 투쟁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와 서민경제를 계속 파탄낸다면, 저는 박근혜정부와 전면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동지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 동지들과 함께 서민경제를 지키겠다. 반드시 총선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문재인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겠다. 동지들의 길이 대한민국의 길"이라며 "아직 우리에게 영광의 시대는 시작되지 않았다. 총선승리, 정권교체, 영광의 진군을 함께 시작하자"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은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의원이 막강한 대선후보로서 2년간 조용히 있다가 이제 부상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큰 문제점들이 많이 드러났다”며 “무엇보다도 당 재정립을 위해서라도 의도적으로 박근혜정부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남총리론 발언과 대선책임론은 일찍이 박지원 의원으로부터 수차례 공격을 받은 데다, ‘룰 변경 논쟁’ 과정에서 계파 갈등 문제도 거세기 불거졌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당내 불만 잠재우기의 일환으로 대여 강경투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다가올 4월 보궐 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강한 야당’으로서 지도부의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반영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장 신당 창당을 앞둔 국민모임이 이번 보궐 선거에서 독자적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고, 정의당도 새정치연합과 노선 차를 분명히 드러내며 독자 노선을 걸을 방침이다. 따라서 올 상반기까지 야권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대여 강경투쟁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박 교수는 재보궐 선거에 따라 투쟁 강도는 물론, 청와대와의 관계도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당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당의 많은 부분이 크게 좌우될 거다. 그래서 지금 시점에서 청와대의 유불리, 그에 따른 관계 양상을 확언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 전략보다는 문 의원으로 대표되는 ‘친노’의 요구에 따라 대여 강경투쟁 노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지원 의원이 됐다면 대여관계는 지금보단 훨씬 나아졌을 거다. 문재인 의원은 일종의 ‘친노 얼굴 마담’ 아닌가. 본인의 의지는 둘째 치고, 자신을 밀고 있는 계파의 요구를 지나칠 수가 없다”며 “오히려 선거를 위해서라면 선명성 경쟁은 좋지 않다. 그런데도 강경 노선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친노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분당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신 교수는 “실제 호남 쪽에서는 '문재인을 지지하자. 그래야 분당이 돼서 당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결국 당에는 선명성을 외치는 이들만 남을 거다. 문 의원이 당선된 이상, 나는 분당 가능성이 실제로 정말 높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이 룰을 바꿔서 당선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벌써 이게 세 번째 아닌가”라며 “이번에 또 정통성, 정당성 문제가 제기되면 사실 비노들은 더 이상 못 참는다. 그러니까 (당을)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문 의원의 당선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종북정당론은 물론, 당내에서도 제기된 참여정부 책임론과 계파 갈등 문제 등 상대적으로 ‘약점’이 많아 새누리당으로서는 공격에 유리하다는 이유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 의원은 “물론 문재인이 잘 하면 더 막강한 후보로 떠오르겠지만, 사실 친노가 알아서 땅을 파줄 것이기에 우리 입장에서는 더 좋다”며 “문재인은 책 잡힐 게 너무 많다. 선거하면서 박지원이 던져놓은 것만도 몇 개인가. 여권에서 공격할 게 많아서 오히려 이쪽(새누리당)에서는 사실 박지원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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