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법인세만 인상하면 모든 복지 가능? 흔들리는 당-정

최용민 기자
입력 2015.02.06 07:59 수정 2015.02.06 08:08

유승민 '법인세' 발언 이어 최경환도 '공 넘기기'

"가뜩이나 경제 어려운데..." 청와대 "절대 불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사진 왼쪽)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데일리안

최근 증세 논란과 관련해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섰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가 '법인세 증세'까지 거론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수정될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5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다양한 세금 종류 중에 법인세는 절대 못올린다는 그런 성역을 인정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 이같이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와 정부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증세나 법인세 인상 등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재정건전성만 걱정이 없다면 경제상황 등을 봤을 때 증세를 논할 시기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전날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도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아직 마지막 상황까지 간 건 아니다"고 말해 현 시점에서의 증세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현 정부가 절대 성역으로 남겨 놓은 '법인세 인상'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수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야당은 직접적인 법인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여기에 유 원내대표의 '성역' 발언으로 증세를 수용하는 순간 법인세 인상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증세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경제수석이 말한 기조에서 변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지난달 연말정산 논란으로 촉발된 법인세율 인상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법인세 인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법인세율 인상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일축한 바 있다. 현재도 청와대의 이같은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이 같은 인식에는 법인세를 인상하면 그나마 남아 있는 기업들까지 현 정부에 등을 돌리게 만들 수 있고 기업들의 외면은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제활성화를 집권 3년차 최대 국정 과제로 삼은 현 정부 입장에서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는 말 그대로 폭탄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미 증세를 하면서도 증세를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 등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당장 증세를 천명하기도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실제로 국민들이 생각하기에는 이미 증세를 하고 있는데 지금 와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면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현 정부가 대놓고 증세 기조를 수정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세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부자 증세를 논의해야 되는데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은 답뱃값이라던지 이러한 보편적 증세를 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발언'...증세로 가는 수순?

한편 일각에서는 최 부총리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한 발언을 놓고 정부가 공을 국회로 넘기면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수정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증세에 대한 정부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여야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를 조건으로 증세를 수용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증세 없는 복지가 잘못됐다’는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복지에 대해서는 여야와 국민마다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가 먼저 돼야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지 (정부가) 얘기할 수 있다”고 말해 정치권의 결정에 따라 정부가 이를 따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증세는 절대 없다'며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비난에 직면하면서 결국 정부가 여론에 치이고 국회에 떠밀려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가 먼저 나서서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철회하면 모양새가 안 좋기 때문에 정치권이 나서주면 정부가 따라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정부가 먼저 나서서 자신의 논리를 번복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박기태 전 경주대 부총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울고 싶으니깐 빰 때려달라는 것"이라며 "스스로 나서서 공약을 번복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정치권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총장은 특히 "여야 합의가 쉽지는 않지만 밀고 당기면서 결국에서 합의할 수 있다"며 "현재 정부 스스로도 증세에 대한 여론이 한계에 왔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야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과 국민적 공감대라는 모호한 기준을 설정하면서 정부가 당장 비판 여론에 대한 면피성 답변만 내놓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결국 기존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여당과 야당 모두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에는 원론적인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각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증세에 대한 여야 합의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증세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증세를 할 것인가는 여야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되는 문제기도 하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