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스트레스로 자살한 대기업 부장 '업무상 재해'
입력 2015.01.30 12:06
수정 2015.01.30 12:11
대법 "해외 파견 앞두고 두려움 커져 우울증"
영어 실력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기업 부장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30일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대기업 부장 A 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지난 2008년 7월 쿠웨이트 정유시설공사현장 시공팀장으로 파견돼 열흘간 현지 출장을 다녀왔다. 그러나 A 씨는 영어 실력이 부족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커 결국 해외 파견 근무를 포기했다.
이후 A 씨는 부장으로 승진까지 했지만, 영어 실력에 대한 스트레스는 떨쳐버릴 수 없었다. A 씨는 아내에게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하면 내가 아마 1순위일 것"이라며 "영어를 못해 해외파견도 못나가는 내가 어떻게 앞으로 부하직원들 앞에 서야할지 몰라 죽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같은해 12월 회사 건물 옥상에 올라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는 건물 아래로 뛰어내려 숨졌다.
이에 대해 A 씨의 부인은 2010년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 청구를 했으나 공단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했으며, 이 문제는 법정으로 옮겨졌다.
A 씨의 사망에 대해 1심과 2심은 "사회 평균인 입장으로 볼 때 도저히 감수하거나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A 씨가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고통을 받다가 우울증세가 악화돼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