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중단 결의안, 본회의 '보류' 배경 들어보니...
입력 2015.01.13 15:51
수정 2015.01.13 16:04
김진태·하태경·조명철 강력 반발 "김정은에 굴복하나?"
심윤조 "결의안 취지, 박 대통령 기자회견에 다 들어가 있어"
지난 8일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남북 당국 상호비방·중상 중단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과 신년기자회견을 통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12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해당 결의안은 '국회는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라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대북전단 중단 결의안'이라는 이름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 모든 민간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라'는 촉구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유승민, 나경원 의원 등이 지난 8일 외통위에서 정확한 문장으로 수정을 요구했지만 결의안은 원안의 문장 그대로 통과됐다.
외통위에서는 해당조항이 '대북전단이 주민들의 안전 위협,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할 경우에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포괄적인 표현이고, 외통위에서 이 같은 의미에 대해 충분한 공유를 했다는 이유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야당 측에서는 주민들의 피해 여부와 관계없이 '문제가 되는' 모든 전단 살포를 정부 측에서 제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해당 조항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됐다. 여기에 새누리 외통위 위원들까지 대북전단 등 북한 당국이 민감해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구를 수용해 이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됐다.
또한 시급한 북한인권법 처리는 뒤로 미룬 외통위가 ‘엉뚱한’ 결의안만 내놨다는 지적이 9일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와 12일 새누리당 의원 총회를 통해 제기되면서 ‘남북 당국 상호비방·중상 중단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 상정 보류에 대한 여론이 힘을 받았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의원총회를 통해 “김정은이 총 쏜다고 하면 그것에 겁먹고, (대북전단 중단에 대해) 손을 들어주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면서 “북에서도 최근 3년간 대남전단 3만장을 뿌리는데 우리는 대북 심리전을 포기하라는 말인가. 국회가 이런 것에 박자를 맞춰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뒤를 이어 하태경 의원도 “이번 결의안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한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 “하지만 ‘남북관계 개선 훼손’ 부분은 심각한 ‘옥의 티’다. ‘남북관계 개선’은 자의적 주문으로 북한이 하지 말라고 하면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식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대북전단이 남북관계를 훼손하기 때문에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한미합동군사훈련, 북한인권법, 대북방송은 물론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 북한이 싫어하는 것 모두 정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조명철 의원도 “중요한 것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것인데 인권법은 외통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고, 북한의 요구에 굴복하는 듯한 대북전단을 규제하는 결의안을 낸다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면서 “대북전단은 민간의 표현의 자유로서 이를 국회가 나서서 결의안까지 낸다는 것은 국회의 임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조 의원은 9일 새누리당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결의안을 심사·통과시킨 심윤조 의원을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세 의원은 사전에 논의 없이 ‘남북 당국 상호비방·중상 중단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 반대 입장을 연이어 내놨고 이에 새누리당 의원 간 결의안을 상정해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김진태 의원은 13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하태경, 조명철 의원과 이와 관련 사전 논의는 없었지만 셋이 연이어 결의안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결의안을 상정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를 형성시켰다”면서 “8일 해당 결의안이 외통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마디 하려고 기회를 벼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심윤조 외통위 법안심사 소위원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결의안이 이미 ‘대북전단 살포 금지’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부담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결의안이 표현상의 문제로 보류된 것은 아니다. 북한인권법 진전은 없으면서 야당이 처음 제의한 전단살포가 통과되니 당 내부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결의안은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 내용 그대로 대북전단이 주민의 갈등을 야기하고 안전·신변에 위협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지혜롭게 대처하자는 것”이라면서 “결의안의 취지 그대로를 박 대통령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에 이미 결의안의 의미는 퇴색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결의안이라는 것이 만장일치 혹은 그에 가깝게 의원들이 찬성을 해야 하는데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결의안의 의미가 없어졌다. 때문에 야당 간사와 협의해 상정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면서 “결의안은 당내 의견 수렴, 북한인권법 토론 등과 균형있게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