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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 급한 건 북한, 우리정부 냉정히 대응해야"

최용민 기자
입력 2015.01.06 09:59
수정 2015.01.06 10:07

미국 북한 제재 "단기적으론 남북정상회담 추진 어렵지만 장기적으론 도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한 1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이날 남북 고위급 접촉을 재개할 수 있으며 분위기가 마련되면 남북 정상회담도 개최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북한 제재가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관계 해빙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한미관계의 공조속에 우리 정부가 미국을 무시하고 남북정상회담 등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북한을 소니 해킹의 배후로 지목하고 북한 정찰총국·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조선단군무역회사 등 단체 3곳과 관련 인사 10명을 제재 대상으로 공식 지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조치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가라앉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고민을 보여주듯 외교부는 이례적으로 13시간 만에 공식 브리핑을 내놨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5일 "미국의 이번 행정명령 발표에 대해서는 이미 외교부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정부 입장을 밝힌 대로 우리 정부는 적절한 대응조치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이어 "그렇지만 이번 조치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 상황을 예단하여 이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리 우리 정부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같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북한 제재는 향후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어렵게 조성된 남과 북의 대화 분위기가 미국의 이번 조치로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우리 남북관계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제화되어 있다"며 "미국이 북한을 제재하겠다고 조치를 하게 되면 당연히 남북관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기태 전 경기대 부총장은 "진정성은 박 대통령이 제일 크면서도 가장 운신의 폭이 좁기도 하다"며 "그런 역학 관계속에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순조롭게 진행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의 미국의 제재조치를 기회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남북대화에 좀 더 치중할 것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박 전 부총장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박 전 부총장은 "미국의 제재조치를 통해 우리가 독자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은 의문"이라며 "김정은은 남북문제보다 고립된 이런 상태에서 국제관계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에 대해 박휘락 교수는 다소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박 교수는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북한 입장에서도 방법이 없지 않느냐"며 "북한이 주장하는게 미국이랑 직접하는 건데 그게 불가능하지만 북한도 남한을 통해서 할 수 밖에 없다. 남북대화를 모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국제 정세속에서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한 제재에 발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누구보다 고립이 부담스러운 북한이 더 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2014년 유엔 무대를 통해서 북한 인권에 대한 문제를 많이 제기 했고 최근 해킹과 관련해서도 엄중하게 대응하고 있는 분위기"라며 "북한으로서는 그런 공조나 분위기를 깨겠다는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러니깐 우리 정부는 현재 국제사회의 노력을 흐트리는 그런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급한 건 북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다급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실효를 찾을 수 있을지 냉정하게 생각해서 이렇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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