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외국인선수에 들이댄 '이중 잣대'
입력 2014.12.28 05:28
수정 2014.12.28 09:10
FA 몸값 80억원 시대..박병호·서건창도 연봉 폭등
외국인 선수에겐 유독 불리한 계약 여건 '성토'
밴덴헐크(왼쪽)와 니퍼트는 올 시즌 정상급 한국산 에이스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쳤다. ⓒ 삼성 라이온즈 / 두산 베어스
국내 선수가 돈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자존심이고, 외국인 선수가 요구하면 욕심이 되는 것일까.
연봉협상을 둘러싼 국내 야구계의 이중잣대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최대 화두는 바로 선수들의 자리 이동과 연봉협상이다. 올 겨울 자유계약선수(FA)시장은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액 FA들이 속출했다. 장원준(두산 베어스), 최정(SK 와이번스), 윤성환(삼성 라이온즈) 등은 나란히 몸값 80억원 시대를 열었다.
FA 시장 이후 이어진 각 구단의 연봉 협상에서도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드는 대박이 속출했다. 올해 홈런-타점왕 3연패에 성공한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는 25일 올해 연봉에서 무려 2억원이 오른 7억원에 2015시즌 연봉 도장을 찍었다. 전년 대비 40%의 인상률이다.
2011시즌 LG 트윈스에서 처음 넥센으로 이적할 때만 해도 4200만원을 받았던 박병호는 2012시즌 1억 5800만원(254.8%), 2013시즌 2억 8000만원(127.3%)이 인상된데 이어 3년 만에 16배 넘게 몸값이 폭등했다.
넥센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서건창도 지난해 9300만원에서 222.6% 오른 3억원에 일찌감치 계약했다. ‘야구만 잘하면 후하게 보상해준다’는 넥센 구단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폭등하는 국내 선수들의 몸값에 비해 관계자들은 대부분 ‘시장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정작 외국인 선수들과의 협상에선 온도차가 존재한다. 올 시즌 국내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밴덴헐크는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입단을 확정했고, 더스틴 니퍼트(두산)도 일본을 비롯한 해외 무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던 펠릭스 피에는 구단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면서 타 구단으로의 이적을 막는 임의탈퇴 선수로 묶였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높은 조건을 요구해서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능한 외국인 선수들의 눈높이가 올라간 것은 최근 국내 FA들의 몸값 폭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밴덴헐크나 니퍼트의 경우, FA대박을 터뜨린 장원준이나 윤성환은 물론 최근 메이저리그 진출이 불발된 김광현이나 양현종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투수들로 평가받는다. 이런 국내 선수들이 특급 대우를 받는 것과 비교할 때 외국인 선수들이 그 이상의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무리라고 할 수만은 없다. 국내 야구계가 자초한 상황이다.
흔히 외국인 선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기 어렵다고 한다. 프로는 비즈니스의 세계이고 몸값은 선수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특히 한국야구는 외국인 선수를 여전히 투자 대비 최대한 효과를 끌어내야 하는 ‘용병’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하는 부분도 많고, 성적에 대한 잣대도 까다롭기 일쑤다. 그러면서 정작 필요할 때만 팀에 대한 충성도나 의리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선수들의 보유 한도를 확대하거나 외국인 선수에게도 FA 등 장기계약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양질의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건강한 내부 경쟁이 활성화되고, 일부 국내 선수들의 과도한 FA몸값 거품을 진정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외국인 선수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전에 외국인 선수를 바라보는 국내 야구계 내부의 미묘한 이중잣대부터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