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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악몽' 날린 남자 쇼트트랙의 견제와 견인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4.12.22 19:10
수정 2014.12.24 09:31

월드컵 3회 연속 금3 획득..상대팀 견제하고 서로 끌어줘

평가전 방식 변경으로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즌 맞이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 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10개월 만에 완벽히 부활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충격적인 노메달 굴욕을 당했던 남자 쇼트트랙이 월드컵 시리즈에서 3연속 금메달 3개를 따내며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서 벌어진 ‘2014-1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시리즈 4차 대회에서 서이라(22·한국체대), 신다운(21·서울시청), 이정수(25·고양시청)가 각각 500m·1500m·3000m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곽윤기(25·고양시청)는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박세영(21·단국대)도 1500m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무려 5명의 선수가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곽윤기와 신다운은 이정수가 금메달을 따낸 3000m 종목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쓸어 담았다.

비록 5000m 계주에서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지만 개인 4개 종목에 걸린 12개 메달 가운데 7개를 획득했다. 특히, 남자 쇼트트랙은 지난달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렸던 월드컵 2차 대회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졌던 월드컵 3차 대회에 이어 3회 연속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이 2013-14 시즌 네 차례에 걸친 월드컵에서 모두 합쳐 금메달 2개만을 따낸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완벽한 부활이라 할 수 있다.

평가전 방식 변경,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즌 출발

현재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분위기는 최고조다.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는 막판 치열한 몸싸움에 밀려 메달 사냥에 실패했지만 월드컵 2차 대회와 3차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따낸 것만 보더라도 상승세를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어떤 선수를 내보내도 계주에서 호흡이 딱딱 들어맞는다. 2차 대회와 4차 대회에서는 곽윤기, 박세영, 서이라, 신다운이 나섰고 3차 대회에서는 박세영 대신 한승수(23·고양시청)가 나섰다.

4차 대회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개인 3000m 종목은 세 선수의 완벽한 호흡이 눈부셨다.이정수, 곽윤기, 신다운은 준결승부터 같은 조에 속해 상대 선수들을 돌아가며 견제하는 노련한 레이스 운영으로 4위까지 주어지는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8명이 겨루는 결승에서는 이정수가 두 바퀴를 돌 때부터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 선수와 한 바퀴 이상으로 벌린 뒤 곽윤기와 신다운의 페이스메이커와 상대 선수 견제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이정수는 한 바퀴 앞선 상황에서 곽윤기, 신다운 뒤에서 상대 선수가 추월하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견제했고 이따금씩 다시 스피드를 올리며 동료를 이끌었다.

이처럼 호흡이 맞아들어간 것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소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개혁의 성과로 풀이할 수 있다.

연맹은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내홍을 겪었다. 국가대표 평가전 방식이 일부 선수들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두 차례 있었던 선발전을 세 차례로 변경했다. 또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시즌이 시작하기 전인 9월에 치러 선수들이 최고 컨디션인 상태로 시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서이라, 박세영 등이 발탁됐고 곽윤기와 이정수도 오랜 부상 공백을 딛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21세의 박세영, 신다운부터 25세의 곽윤기, 이정수까지 신구조화가 이뤄지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대표팀의 '힘든 훈련'은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세졌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신임 김선태(38) 감독의 지도력에 대표팀내 '다시 해보자'는 긍정의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또 선배라도 후배들에게 본받을 점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배울 수 있는 팀내 분위기는 선수들의 기량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정수는 "선발전 방식이 바뀌면서 워낙 기량이 뛰어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왔다. 훈련량도 많아졌지만 거뜬히 소화한다"며 "특정 단점이 있어도 그 부분에서 장점이 있는 선수가 있다. 이럴 경우 서로가 서로를 상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모두의 기량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선수들의 사기와 동기 부여도 잘 되어 있다는 것도 현재 남자 대표팀이 부활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쇼트트랙 관계자들은 "선수 본인들이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계속 기량을 끌어올리고 상승세를 타야 한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 월드컵 시리즈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4차에 걸친 월드컵 시리즈를 마친 한국 쇼트트랙은 내년 2월 독일 드레스덴 5차 대회와 터키 에르주룸 6차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남자 쇼트트랙은 1차 대회를 제외하고 2차부터 4차 대회까지 모두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합계 3만8000점을 확보, 중국(2만7200점)에 큰 점수차로 앞서고 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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