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안창호·조용호 재판관 보충의견 "피음사둔"
입력 2014.12.23 10:00
수정 2014.12.23 10:08
"통합진보당, 북한식 사회주의 추구 목적 없다고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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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 19일 통합진보당이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 우리나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이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 직후 통합진보당은 “박근혜 정권이 대한민국을 독재국가로 전락시켰다”며 반발하는 한편, 지속적인 불복 투쟁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안창호, 조용호 헌법재판관은 헌법재판소 결정문 마지막 부분에 별도로 ‘재판관 안창호, 조용호의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추가해 “피청구인 주도세력에게 우리 사회를 변혁(혁명)하여 새로운 대안체제를 구축하고 종국적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려는 숨겨진 목적 또는 진정한 목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8대 1로 재판관들의 의견이 확연하게 갈린 이번 사안에서 두 재판관의 보충의견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압도적인 견해 차로 통합진보당 해산이 결정됐지만 두 재판관은 헌정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사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보충의견을 따로 내놓았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인용’한 이유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해 여러가지 비유와 직설적 표현으로 재판관들의 견해를 덧붙였다는 해석이다.
두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이 강령 등에 포함하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와 관련해 “(통합진보당이) 문언에 나타난 내용 외에 숨겨진 목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피청구인(통합진보당)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변혁하여 사회주의체제(북한식 사회주의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체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합진보당이 ‘집권전략보고서’, ‘21세기 진보적 민주주의’와 같은 문건에서 ‘특권층 중심인 현재의 정치경제구조를 혁파해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 등을 해부하며 “통일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용인하였던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요소를 탈색시키면서 사회주의 성격을 강화해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통해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와 북한의 ‘대남혁명전략’의 유사성을 짚었다. 통합진보당의 핵심 강령이나 이녀이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같거나 상당 부분 비슷해 ‘위헌’ 소지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헌법재판소는 △진보적 민주주의와 대남혁명전략의 핵심 과제로 민족자주·민주주의·민족화해를 두는 점 △선차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로 ‘자주’를 내세우고 있는 점 △변혁의 주체로 노동자·농민·청년학생 등을 설정하고 있는 점 △변혁의 대상을 미국 또는 미국과 가까운 세력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점 등을 비교·분석해 유사성을 설명한 바 있다.
이밖에 두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이 내세우고 있는 ‘민중 주권주의’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국민주권주위와 다르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통합진보당은 민중주권주의가 소수특권계급의 특권을 타파해 민중 또는 국민의 주권을 실질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국민주권주의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주권자의 범위를 민중에 한정하고 민중에 대비되는 일부 특정 집단에 대해 적대적인 관계로 설정하면서 그들을 변혁의 대상 또는 규제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이 내세운 민중주권주의는 모든 국민을 주권자로 보는 국민주권주의와 다르다”는 의견이다.
특정 계층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나머지 국민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는 우리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그 외에도 이들은 △‘민중독재’를 주장하고 있는 점 △통합진보당이 주장하는 연방제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 점 △우리 정부의 통일방안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 채 비판하면서 북한이 제시한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정당 해산 인용 결정의 이유를 밝혔다.
한편, 이들은 통합진보당의 해산 결정에 대해 “단순히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와 본질에 관한 문제”라며 뻐꾸기와 뱁새의 생존 전략에 빗대 그 정당성에 대해 역설했다.
뻐꾸기가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고, 뱁새가 이를 모르고 정성껏 알을 부화시키는 자연의 현상을 언급하며 “둥지에서 뻐꾸기의 알을 발견하고 적절한 조치를 한 뱁새는 자신의 종족을 보존하게 되지만, 둥지에 있는 뻐꾸기의 알을 그대로 둔 뱁새는 역설적으로 자기 새끼를 모두 잃고 마는 법”이라고 우회적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해 적절한 조치, 이른바 ‘헌법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두 재판관은 뻐꾸기와 뱁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번드르르한 말 속에 숨은 본질을 간파한다’(피음사둔)는 맹자의 고사를 활용해 통합진보당의 위험성을 경고하거나, 공산주의의 비민주성을 알고도 이에 동조하는 서구 좌파세력을 비꼰 레닌의 ‘쓸모 있는 바보들’이라는 문구를 통해 더욱 신랄하게 통합진보탕 해산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들은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견과 비판, 모든 사상과 문화를 허용하고 보장하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발전시켜온 민주주의의 최고의 장점이고 가치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고 그 근본을 무너뜨리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충의견 마지막 부분에 “피청구인 정당(통합진보당)이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와 북한식 사회주의체제를 추구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고 그 전복을 꾀하는 행동은 우리의 존립과 생존의 기반을 파괴하는 소위 대역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불사의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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