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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아시안컵 악연…각기 달랐던 탈락 사연

김윤일 기자
입력 2014.12.22 13:37
수정 2014.12.22 13:41

슈틸리케 감독, 박주영 대신 이정협 깜짝 발탁

2011 대회에서는 의도적 기피 의혹 불거져

아시안컵 엔트리에서 탈락한 박주영. ⓒ 연합뉴스

박주영(29·알 샤밥)의 아시안컵 무대 데뷔전은 끝내 없던 일로 되어버렸다.

울리 슈틸리케(독일) 감독은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내년 1월 호주서 열리는 2015 아시안컵에 출전할 최종엔트리 23명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공격수에는 최근 부진의 늪에 빠진 박주영이 외면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29·엘자이시)를 비롯해 조영철(25·카타르SC), 그리고 ‘새 얼굴’인 이정협(25·상주 상무)을 선택했다.

AFC(아시아축구연맹)가 주관하는 아시안컵은 아시아 대륙의 최강자를 가리는 무척 중요한 대회다. 이 대회 우승팀은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 직전 해에 열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자격이 주어진다. 굳이 경중을 가리자면 FIFA 월드컵 다음으로 비중 높은 대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박주영은 아직까지 아시안컵 출전 경험이 제로다. 세 차례 월드컵을 뛰었고, 각각 두 차례씩 출전했던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비교하면 의아할 정도다. 게다가 그는 A매치 68경기서 24골을 기록,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계보를 이어온 선수다.

박주영의 아시안컵 첫 출전 기회는 2007년 대회였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타이, 베트남 등 4개국에서 공동 개최한 이 대회는 핌 베어벡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최종 명단 발표에서 박주영을 제외했다. 이유는 기량 저하였다. 당시 FC 서울에서 뛰고 있던 박주영은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었고, 예비명단 7인에 포함됐지만 끝내 본선 무대를 밟는데 실패했다.

이후 박주영은 AS 모나코로 이적, 자신의 가치가 올라갔음은 물론 기량 또한 급성장했다. 탁월한 위치선정과 골 결정력을 보유한 박주영은 각급 대표팀 감독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본선 무대에 섰고, 2010 남아공 월드컵과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했다. 그때마다 박주영은 확실한 주전 공격수로서 결과와 상관없이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소속팀 AS 모나코가 차출을 반대했음에도 직접 구단을 설득해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모습까지 보였다.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이 열렸다. 하지만 박주영은 부상 암초를 만났다. 소쇼와의 리그 경기서 골을 넣은 뒤 일명 ‘기도 세리머니’를 하다 오른쪽 무릎뼈에 통증이 발생했고, 4주 휴식의 진단이 나왔다. 당시 조광래 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아시안컵서 공격수 부재에 시달렸고, 구자철의 제로톱 전술이 빛을 발했지만 3위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박주영이 아시안컵 출전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아시안컵은 박주영이 꾸준히 출전한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병역 혜택이 없었다. 게다가 박주영은 대표팀의 3~4위전이 끝난 이틀 뒤 복귀전을 치러 오해는 눈 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박주영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그의 명예는 곤두박질 치고 말았다. 모나코 장기 체류권을 따내며 사실상 병역 문제를 해결했고, 2012 런던 올림픽과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박주영은 그 때마다 어떠한 해명 없이 침묵으로만 일관했다.

소속팀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빅클럽 구단인 아스날에 입단하며 주가가 높아졌지만 주전 확보에 실패하며 여러 팀을 전전했고, 결국 월드컵 직전 방출의 설움을 겪었다. 고난 끝에 사우디 리그로 둥지를 틀었지만 부진한 경기력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시안컵은 박주영이 명예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슈틸리케 감독이 그를 외면했다. 경기감각은 충분하더라도 골을 넣지 못하는 공격수는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박주영과 아시안컵은 인연이 닿지 못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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