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김연아·박지성이 남긴 진한 여운
입력 2015.01.03 08:18
수정 2015.01.03 08:24
두 스타가 휩쓸고 지나간 뒤 남은 여운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 같은 스타로 그리움 더해
박지성(사진)-김연아를 대신할 선수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 데일리안 DB
한여름 밤의 꿈이었을까.
‘피겨퀸’ 김연아(24)가 동계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수확한 사실은 아직도 꿈만 같다. 마찬가지로 ‘두 개의 심장’ 박지성(33)이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첼시전에서 결승골을 작렬한 순간도 비현실적이다.
두 스타가 휩쓸고 지나간 뒤 남은 것은 진한 여운이다.
김연아 은퇴는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손실이다.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은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18·러시아)가 203.58점으로 정상에 등극했지만 복수의 외신이 ‘단신’으로 처리했다. 김연아에 견줄만한 인재가 없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스케이트 구두를 벗은 김연아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알렸다. “전 지구를 공포로 몰아넣은 에볼라로 힘없는 어린이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서아프리카에 따뜻한 손길을 보내 달라”고 캠페인 동참을 호소했다.
매사 프로페셔널 한 김연아는 제2의 인생도 성공할 게 분명하다.
박지성 은퇴도 세계 축구사 손실
분야는 다르지만, 박지성 은퇴도 한국을 넘어 세계 축구사의 손실이다. 현역시절 그는 독특한 선수였다. 전술적 가치가 높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고 파트리스 에브라의 말처럼 전 세계 유망주의 본보기였다.
박지성을 막기 어려운 이유는 정점에 선 이타적 랜덤 플레이 때문이다. 상대는 박지성이 공을 잡았을 때 패스냐, 슈팅이냐, 돌파냐, 예측하기 어렵다. 상황마다 미묘하게 다른 동작과 간결한 드리블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서 7년간 버틴 비결이다. 이와 함께 다부진 피지컬과 헌신적 자세로 팀원 모두의 신뢰를 얻었다.
알렉스 퍼거슨 경(72·은퇴)은 이런 박지성을 향해 “가르친 선수 중 가장 지혜로웠다. 그는 나의 의지대로 움직여줬다. 피를로를 틀어막은 AC밀란전은 내 생애 최고의 경기였다”고 극찬한 바 있다. 말 그대로 박지성은 퍼거슨의 아바타였다.
맨유는 박지성이 떠난 후 과도기를 겪었다. ‘제2의 박지성’을 찾기 위해 수천 억 원 썼지만, 누구도 박지성을 대신하지 못했다. 박지성을 보며 자란 톰 클레버리(25·아스톤 빌라)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채 맨유서 방출됐다.
박지성 은퇴는 한국 대표팀에도 영향을 줬다. 구심점 잃은 한국은 브라질월드컵에서 1무2패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박지성이 사라지자 끈질긴 맛이 사라졌다. 역전승은 어렵고 실점이 많아졌다. 어렵게 득점하고 쉽게 골을 내줬다.
척박한 땅에서 김연아와 박지성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 톱클래스가 됐다. 김연아는 매 시즌 희소가치 높은 프로그램을 완성해 화제가 됐다. 록산느의 탱고를 비롯해 종달새의 비상, 죽음의 무도, 거쉰, 007, 레미제라블 등 작품 하나하나 주옥같다.
박지성도 슈퍼스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스티븐 제라드 등과 한 그라운드에서 뒹굴었다.
메시의 전매특허 드리블을 태클로 막아 세웠다. ‘피지컬 그 자체’ 드록바와의 볼 경쟁서 승리했다. 반니스텔루이가 박지성에게 달려와 안겼다. 호날두도 박지성에게 윙크를 보냈다. 존 오셔는 박지성의 강심장을 치며 굳건한 신뢰를 보냈다. ‘야신’ 반데사르도 박지성을 무등 태웠다.
전 세계 축구팬들이 밤잠 설치며 박지성이 뛰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즐겼다. 아프리카 오지 축구팬들은 한국은 몰라도 강렬한 박지성은 기억하고 있다.
많은 팬들이 김연아 박지성 은퇴 후 ‘한 여름 밤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지성-김연아를 대신할 선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김연아가 불멸의 피겨 퀸, 100년 피겨 역사의 주인공, 박지성이 희소가치 높은 두 개의 심장, 수비형 윙어 창시자로 불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