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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LIG손보 달력에 KB를 찍을 수 있나요?

윤정선 기자
입력 2014.11.24 13:14
수정 2014.11.24 15:45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사퇴 '필요조건' 아닌 '충분조건'

양측 노조 "인수 승인 지연으로 경영 악영향 미치고 있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1일 "비은행부문의 꾸준한 육성을 위해 LIG손해보험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며 "당국의 승인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LIG손해보험은 KB로 달력을 찍어야 하는가? 아니면 LIG로 찍어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LIG손해보험 노동조합과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지난 20일 나눈 대화다. 같은 날 KB금융지주의 이경재 이사회의장이 사퇴했음에도 LIG손보 인수와 관련 금융당국의 입장이 안갯속이다.

특히 연내 LIG손보 인수 승인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KB금융과 인수합병 계약은 무효가 돼 금융당국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1일 "이사회와 전임 경영진이 추진해온 LIG 손보 인수를 철회할 사유를 찾지 못했다"면서 LIG손보 인수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윤 회장은 그러면서 "현재 금융지주의 85%가 은행업이지만 비은행 부문의 육성을 위해서는 보험업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B금융은 지난 8월 LIG손보를 인수하겠다며 금융당국에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KB사태로 금융당국은 '경영이 안정화되는 게 급선무'라며 승인을 미뤄왔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LIG손보 인수를 미뤄가며 KB금융 사외이사 사퇴를 압박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LIG손보 관계자는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의장이 사임하면서 금융당국의 '조건'을 채웠다"면서도 "하지만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는 아직도 불투명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금융당국이 의혹을 해소하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지연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KB금융 사외이사 사퇴를 조건으로 내걸었던 것은 경영 안정화를 위한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었다"며 "만약 이사회의장 사퇴 이후 곧바로 LIG손보 인수를 승인하면, 금융위는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KB사태로 지배구조 문제가 드러난 만큼 금융지주 쪽에서 지배구조에 있어 구체적인 쇄신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KB금융지주 이사회 사퇴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면서 "인수기업 경영상태, 지배구조, 시너지 등을 전반적으로 보고 있다. 정해진 기한은 없다"고 했다.

한편, 국민은행과 LIG손보 노조 측은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지연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는 논평을 통해 "금융위는 KB금융 사외이사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LIG손보 인수 승인을 미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며 "감독권한을 넘는 금융당국의 월권은 민간 금융사의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LIG손해보험 노조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연도를 맞아 기업이미지(CI)가 바뀔 경우를 대비해 회사 간판, 달력, 명함, 홍보물, 광고를 준비하고 있으나 인수 승인 지연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위는 인수 승인 지연에 따라 건전한 금융기관이 부실화되고 있는 현실과 임직원의 고용불안을 더는 방관해서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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