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겼다…순풍에 돛 단 '윤종규호'
입력 2014.11.20 18:25
수정 2014.11.20 19:27
취임 하루 앞두고 결단…"새 회장 기대하기에 마음 가볍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의장이 20일 사의 뜻을 표명하면서 ‘윤종규 체제’가 탄력을 받게 됐다. 사실 KB금융 경영정상화의 첫 발이 짜임새 있는 지배구조였지만 이사회가 버티면서 내부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특히 ‘이사회 사퇴’를 압박하며 KB금융의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미뤄온 금융당국이 족쇄를 풀어줄지 주목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KB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은 사외이사 제도의 개편”이라며 사실상 이사회사퇴를 LIG손보 인수 승인 조건으로 내세우며 압박해왔다.
이날 이 의장의 사퇴로 하루에 1억원씩 불어나던 LIG손보 인수지연 이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물꼬가 트이게 됐다.
당장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조만간 만남을 가지기로 한만큼, 이 자리에서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번 만남은 공식취임하는 윤 내정자의 ‘인사차원’에서 이뤄지는 자리지만, 금융위와 KB금융 간 핵심 사안인 LIG손험 인수 승인에 대한 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내에서는 신 위원장이 ‘취임선물’을 안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경재 물러났는데, 다른 사외이들은? '동반사퇴' 가능성 커져
무엇보다 이 의장의 사퇴로 윤 내정자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됐다. 윤 내정자입장에서는 자신을 회장으로 뽑아준 사외이사들을 제 손을 내치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에서는 KB사태에 대한 이사회책임론이 끊이지 않았고, 스스로 거취문제를 확정하는 것이 윤 내정자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경영일선 연착륙에 활주로가 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무엇보다 KB금융 이사회를 이끌어온 이 의장이 물러나면서 윤 내정자는 KB금융 지배구조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2010년 신한금융 이사회가 새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동우 회장 후보를 뽑은 뒤 자진사퇴를 결정한 것이 ‘모범사례’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 의장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며 “새롭게 취임하는 윤종규 신임 회장을 중심으로 KB금융그룹이 리딩금융그룹으로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에 떠나는 마음이 가볍다”며 윤 내정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이 의장을 제외한 다른 사외이사들의 거취문제도 관심으로 떠올랐다. 금융권은 이 의장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일부 이사들도 동반사퇴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9명의 KB금융 사외이사 가운데 6명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되거나 임기가 만료된다. 이 의장을 제외한 이사들이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이사회 교체 및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의장은 내년 3월 김영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등 사외이사 5명과 함께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