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시내 고급 아파트 가격이 1억원, 투기도 하나?
입력 2014.10.28 17:36
수정 2014.10.28 17:51
제1회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서 67편 연구논문 발표
북 명품 소비는 사금융 때문...주택매매 중개인도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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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주택거래는 불법이지만 오래 전부터 비공식적으로 행해져왔으며, 최근에는 주택 매매에 중개인을 거치는 것이 관행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에서 금융시장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지만 고리대금업, 송금 대행업 등 사금융이 발달하고 있어 고리대금업자들은 연리 20%의 고리를 적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28일 개막해 29일까지 이어지는 제1회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서는 16개국에서 모인 40여명의 해외 학자들과 국내 연구자 110여명이 67편에 달하는 다양한 북한연구 결과를 쏟아냈다.
이 가운데에서도 북한의 시장이 장마당 수준을 넘어 주택과 금융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은이 경상대 교수는 ‘북한에서 부동산투자현황에 관한 분석 : 주택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2000년 이후 돈이 있는 개인들은 스스로 집을 지어 배정받는 행태가 나오가 있다”며 “이때 사전에 배정과 직원을 매수해 두 채의 집을 지어 나눠갖는 관례가 정착됐다”고 소개했다.
또 정 교수는 “북한에서 주택거래는 불법이지만 이미 부동산 중계인인 ‘주택거간’은 제도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큰 돈을 버는 직종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주인이 집값을 받는 동시에 그 자리에서 주택거간에게 중계로 10%를 떼주는 것은 시장도덕으로 공식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와 북한 내부 연고자 등을 통해 조사한 결과 평양 중심부에 새로 지은 아파트 한 채는 7~8년 전만해도 3~4만달러에 거래되던 것이 현재 평균 10만달러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또 정 교수는 “최근에는 ‘지대(地代)’라는 개념까지 생겨나 집을 구매할 때 주택거간에게 ‘길 목이 좋냐’는 질문을 하고, 자신이 어떤 장사를 하느냐에 따라 ‘좋은 목’을 정해 실제로 주택가격에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논문에서는 “벼 수확기인 가을에 쌀값이 내려가면서 상대적으로 집을 포함한 소비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주택가격도 올라가 집 매매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사금융의 형성과 발전 : 양태, 함의 및 과제’ 논문에서 “북한에서 ‘돈주’들이 개인뿐 아니라 협동농장이나 국가기관들에게 돈을 꾸어주고 높은 이자를 받는 고리대금업이 성행하고 있으며, 고리대금업자들은 연리 20%의 고리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주들은 여유돈을 가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초기에 재일교포, 화교를 비롯해 무역 및 외화벌이 일꾼부터 마약장사꾼, 밀수꾼까지 다양하다. 특히 장사밑천 형성 과정에서 기존의 자산이 없이도 돈 있는 사람들에게 접근해 투자금을 받아 돈주가 된 사례도 있다.
임 교수는 “북한이 3차 핵실험 이후 국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오히려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고 노동자 월급의 3~4배에 달하는 비싼 햄버거가 등장하는가 하면 구찌, 프라다 등 명품 소비가 늘고 있는 것은 사금융 확산이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북한에서 사금융 발달은 사적 경제 주체의 이윤추구를 동기로 하고 있어 시장경제의 진전이나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사금융의 활성화는 북한 체제의 안정 요소로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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