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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노 아닌 안정환’ 혼다 응원하는 이유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10.24 13:40
수정 2014.10.24 13:44

JTBC '비정상회담' 루사나, 2002 한일월드컵 한국-이탈리아전 언급

안정환 방출로 얽힌 앙금 여전..혼다 활약으로 아시아축구 빛내야

AC 밀란 혼다. ⓒ 게티이미지

“이탈리아 가면 2002 한일월드컵 얘기하지 마세요. 여전히 위험합니다.”

JTBC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알베르토 루사나(이탈리아)가 한 말이다.

알베르토는 페루자에서 방출된 안정환 사연에 대해 “안타까웠다”면서도 “축구는 이탈리아 국기와 같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과해 아직도 2002 월드컵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화를 낸다"고 털어놨다.

어쨌든 안정환은 피해자다. 축구는 전 세계적인 스포츠고 누구나 자국대표팀에 애정이 많다. 그러나 이탈리아처럼 타국 선수를 추방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 예로 다혈질적인 영국 훌리건조차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용서한 바 있다.

호날두는 2006 독일월드컵 잉글랜드-포르투갈 8강전에서 웨인 루니의 퇴장을 유도한 바 있다. 당시 루니는 카르발류 사타구니를 짓밟았다. 이 광경을 본 호날두가 심판에게 항의해 루니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경기에서 진 루니는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온다면 각오하라”는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호날두는 영국에서 계속 선수 생활했고 맨유를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반면, 안정환은 ‘전성기 시절’ 무적 신세가 됐다. 이탈리아를 쓰러뜨렸다는 이유만으로 페루자에서 쫓겨났다. 그후 태극전사 누구도 이탈리아 리그에 가지 않았다.

전 국가대표 이영표(은퇴)도 2006년 AS로마 입단 직전까지 갔지만 고사한 바 있다. 이탈리아 복수의 언론은 “종교적 이유로 불발됐다”고 보도했지만 이영표 측은 종합적으로 판단해 AS로마행을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일본 선수들은 한국과 달리 이탈리아 진출이 활발하다. 나카타 히데토시(은퇴)를 비롯해 모리모토 다카유키(제프 유나이티드), 나가토모 유토(인터밀란), 혼다 케이스케(AC밀란) 등이 연속해서 세리에A에 진출했다.

특히 혼다 케이스케는 이탈리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7경기 6골로 테베즈(유벤투스), 카예혼(나폴리)과 함께 공동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은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와 싸운 적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는데 큰 문제가 없다.

반면 ‘한반도’는 다르다. 역대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정정당당하게 맞붙어 두 번이나 기절시켰다. 북한 포함 역대 월드컵 전적은 2승1패로 앞서있다.

특히, 북한은 1966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토마토’로 만들었다. 당시 ‘월드컵 개최국’ 잉글랜드는 속된 말로 축구에 미친 나라다. 축구를 잘하면 선입견 버리고 ‘무한 호감’을 표시한다. 북한이 영국에 입성하자 현지인은 북한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우승후보 이탈리아마저 1-0으로 격침하자 전역이 들끓었다. 미들스보로 지역 시장은 “오늘 같은 축구는 처음 봤다. 작은 체구로 과감하게 부딪치고 쉼 없이 달린다. 북한이 축구의 원형을 보여줬다. 그들의 원초적인 축구를 보면서 현실의 상념을 잊는다”고 눈물을 훔쳤다. 북한에 진 이탈리아대표팀은 고국 공항에서 ‘토마토 샤워’를 했다.

그로부터 36년이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이 일어났다. 한국이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1966년의 기쁨을 재현했다. 영국 현지는 난리가 났다. 당시 취재진이 런던 펍을 방문했는데 한국인지 영국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한 영국 축구팬은 취재진에게 다가와 한국-이탈리아전 녹화테이프를 보여주며 “가보로 소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많은 영국인이 “다윗 안정환이 골리앗 이탈리아를 쓰러뜨렸다. 그의 골든골은 전율의 블록버스터였다”고 입을 모았다. 또 모레노 주심의 판정에 대해선 “단호하고 정확했다. 이탈리아 토티는 할리우드 액션에 가까웠다”고 지적하며 목청껏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이처럼 ‘제3자’는 한국-이탈리아 경기를 공정하게 봤다. 정정당당히 맞붙어 한국이 승리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아직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토마토처럼 얼굴이 붉게 상기된 채 "모레노, 모레노, 모레노"만 중얼거린다. ‘비정상회담’ 알베르토 말처럼 축구에 대한 애정이 지나쳐서 문제다. 또 아시아 축구수준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

축구가 국기인 이탈리아 민족 특성상 한국선수들이 세리에A에서 뛸 확률은 낮다. 이왕 이렇게 된 만큼 일본의 혼다 케이스케가 이탈리아에서 ‘아시아’를 빛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혼다가 맹활약 한다면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에 졌던 이유는 모레노 주심 탓이 아닌, 한국의 실력에 압도됐다고 인정하는 이탈리아 축구팬이 하나둘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AC밀란 간판스타 혼다의 발끝을 주목하는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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