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이 부른 '죽음의 환풍구' 사망자 시간 갈수록...
입력 2014.10.18 14:53
수정 2014.10.18 15:05
부상자들도 중태 많아…주최측 '안전관리' 미흡과 함께 시민의식 부재도
17일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벨리 야외광장에서 지하주차장 환풍구 위에 올라가 공연을 관람하던 시민 수십여명이 추락사고를 당한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는 세월호 참사 이후 또 다시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후진국형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무대를 중심으로만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그외 지역은 '안전조치'를 신경쓰지 않은 행사 주최측의 안일한 태도는 물론, 위험성을 간과하고 환풍구로 올라간 시민들의 안전의식 부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환풍구 붕괴 추락사고로 현재까지 1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부상자들은 분당 차병원 등 5곳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일부는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관람객 하중 견디지 못하고 '환풍구' 붕괴…16명 사망·11명 중경상
18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 오후 5시 53분에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된 인기 걸그룹의 공연을 보기 위해 관람객 일부가 인근 건물 지하주차장의 환풍구 철제 덮개 위에 올랐다가 덮개가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는 700여 명이 몰려 인기 걸그룹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고, 일부 관람객들은 좀 더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지켜보기 위해 무대에서 약 15m 떨어진 환풍구 위로 올라섰다.
환풍구는 가로 4m, 세로 3m 너비로 스틸 그레이팅이라고 불리는 철제 덮개 6개가 덮여 있는 형태다. 이 철제 덮개는 용접을 통해 고정하지 않고 얹혀져 있는 구조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철제 지지대가 관람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며 철제 덮개가 붕괴돼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윤모씨(35) 등 16명이 숨지고, 김모(20·여)씨 등 11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환풍구 깊이가 깊은 데다 무거운 철제 덮개와 함께 관람객이 한꺼번에 추락해 2차 충격을 받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중상자 중 상태가 심각한 환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죽음을 부른 환풍구…안전요인 배치 없어
이날 사고는 관람객들이 인기 가수들의 공연 모습을 담기 위해 주변 높은 곳을 찾아 환풍구 위까지 올라갔다가 참사를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상으로 노출된 환풍구는 주변 인도보다 1.2m 정도 솟아 있어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구조다. 내부는 지하 4층 주차장으로 이어지며 깊이만 무려 20m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주최 측은 700명 넘는 관람객이 몰렸으나 무대를 중심으로만 안전요원을 배치했을 뿐 그 외 시설에 대한 안전조치에는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 환풍구 접근을 제한하는 차단막이나 안내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자가 공연 시작에 앞서 "안전해야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질서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한 게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사를 부른 환풍구 역시 철제 덮개가 견뎌야할 하중이나 내부 안전 그물망 설치 등의 법적인 규정이 없어 이번 참사의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환풍구는 도심 지면에 산재해 있어 이번 사고처럼 많은 사람이 올라설 경우 언제든 붕괴할 위험성이 있다며 환풍구 위로 사람이 올라갈 수 없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고 대책본부…"경위 조사 철저","피해자 진료·장례비 지원키로"
경기도와 성남시는 현재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수습에 나서고 있다. 사고대책본부는 안전행정부, 소방방재청,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성남시, 분당경찰서 등 기관으로 구성됐다.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붕괴 사고 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부상자와 사망자들에 대한 진료비와 장례비는 경기도와 성남시가 공동으로 지급 보증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 대합 법률상담 및 심리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며 유가족과의 실시간 소통채널도 가동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허경렬 경기경찰청 2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분당경찰서에 꾸려 사고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정확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추락지점 구조물을 정밀 감식하고 행사 주최·주관 측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안전관리와 업무상 과실여부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 72명을 투입,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에 나설 계획"이라며 "사고 경위를 수사한 뒤 안전규정 등을 위반한 사항이 있을 경우 관련자를 형사처벌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공연행사는 테크노밸리 입주를 기념하기 위한 ‘2014년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로, 경기도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하고 이데일리, 이데일리 TV가 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