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삼성·LG전자에 벌인 '하극상' 내막은?
입력 2014.10.10 14:21
수정 2014.10.10 16:04
삼성 TV 스탠드용 파이프, LG 냉장고 프렌치도어 힌지 등 포스코의 소재 전환 제안 수용
가전업계의 부품·소재 공급체계에서 최종 완성품을 만드는 가전업체의 의사는 절대적이다. 가전업체가 제품 설계상 필요한 부품을 부품업체에 주문하면, 부품업체는 소재업체에 필요한 소재를 주문해 부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최하위 공급자인 소재업체가 최상위 수요자인 가전업체에 소재를 제안해 완성품에 적용토록 하는 하극상(?)이 벌어져 관심이다. 포스코의 ‘솔루션 마케팅’이 빚어낸 결과다.
지난 2012년 포스코는 협력사와 업무 협의 중 삼성전자에서 소구경 파이프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즉시 파이프 생산설비를 갖춘 조관사 및 가공센터와 협업해 CR 베이스의 소구경 파이프를 제작해 삼성전자에 샘플을 제출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대화 창구를 연 포스코는 지속적인 만남을 갖고 해당 소재가 TV 스탠드 소재임을 파악한 후 용도에 맞게 TV디스플레이의 무게를 견딜 수 있으며 동시에 내식성을 확보할 수 있는 Hot GI 품질설계에 착수했다.
모든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중간 가공업체인 조관사가 자동차용 파이프 전문 생산업체이다 보니 가전제품용 소구경 파이프 품질설계 과정에 익숙지 않았다.
이에 포스코 가전강판판매그룹은 냉연제품서비스그룹을 대동하고 조관사를 방문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적절한 품질설계를 찾아내기 시작했다. 또, 조관사와 협업해 슬러지 발생, 용접부·절삭부 롤 파손 가능성, 슬리팅 시 발생하는 문제 등을 해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조관사에 도금량 조정 등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포스코재가 신속히 품질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의 품질요구 사양을 제품에 등록하고, 일반 철강재로는 대응할 수 없도록 포스코 사양번호가 달린 제품으로 승인을 받아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TV 스탠드 1대당 40% 정도의 무게를 감량했고 초슬림 디자인도 구현함으로써 TV 경량화를 통해 유통시 효율성이 높아지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기도 했다.
고경주 포스코 가전강판판매그룹 매니저는 “이번 솔루션마케팅 성공 경험을 통해 결국 현장과 고객에 답이 있다는 것을 다시 절감했다”며, “주변의 동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솔루션마케팅 사례를 전파하겠다”고 고객성공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LG전자와의 솔루션 마케팅 사례도 있다. 포스코는 LG전자와 매달 정기기술협의회를 갖고 제품개발에 대한 솔루션을 발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냉장고 힌지(경첩)에 철강 소재를 적용하는 성과를 냈다.
프리미엄 냉장고에 채용되는 프렌치 도어에 사용되는 힌지는 일반적으로 CR(도어 위쪽 ‘ㄴ’자형)과 알루미늄(도어 아래쪽 ‘T’자형)으로 만든다.
‘T’자형 알루미늄 힌지는 그동안 금형틀에 녹힌 알루미늄을 부어 형상을 만드는 다이캐스팅(die casting)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 방식은 형상 구현이 용이하나 철강재 대비 내구 강도가 낮고 다이캐스팅 공정에 따른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비교해 철강재를 사용하면 알루미늄 대비 가공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강도가 좋아지고 경제성도 개선된다. 포스코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힌지용 철강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우선 포스코는 LG전자에서 사용 중인 T자형 힌지 소재를 알루미늄에서 PO로 전환할 수 있는 연구에 착수했다. 도어 무게와 하중에 대한 CAE(Computer-Aided Engineering) 해석을 실시하고 인장시험기를 이용한 처짐 실험 등을 거쳐 확인한 결과 처짐 강도가 향상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에 소재 전환 아이템을 제안했고, 양사는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소재 프레스 가공시 블랭킹 기술과 부품들 간 체결을 돕는 공법 적용 솔루션을 LG전자에 제공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포스코는 공정 레이아웃 개발을 완성했고, PO를 사용한 T자형 힌지에 대한 내구성 테스트 등 다양한 평가에서 우수한 결과를 얻어 본격적인 양산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는 이 사례를 통해 기존 알루미늄 소재를 PO로 대체해 고객사에 기존 부품의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 공급하는 동시에 새로운 소재 사용에 따른 솔루션 제공을 통해 고객사의 가치를 창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냉장고 생산업체인 고객사와의 관계를 공고히 했고, 나아가 타 업체의 냉장고 및 세탁기 등 다른 가전제품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LG생산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포스코와 협업해 개발한 이번 솔루션은 냉장고 도어의 처짐 문제 해결과 더불어 LG전자 프리미엄 냉장고 기술개발에 더욱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통해서 양사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