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놓치고 시청자 잡은 '연애의 발견'
입력 2014.10.08 09:39
수정 2014.10.13 08:52
저조한 시청률 불구 마니아층에게 사랑받아
정유미 문정혁 성준 등 주연 배우 연기 호평
구 남친과 현 남친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그려낸 KBS2 '연애의 발견'은 그야말로 연애로 시작해서 연애로 끝나는 드라마였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작품을 이렇게 소개한 김성윤 PD의 말은 적중했다.
7일 종영한 '연애의 발견'은 1년 후 재회한 한여름(정유미)이 구 남친 강태하(문정혁)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여름은 태하에게 말했다. "너랑 있을 때 가장 나 같아서 널 찾아왔다"고.
남하진(성준)은 태하 때문에 흔들린 여름에게 "너랑 만나는 동안 늘 불안했고 사랑받고 싶었다. 행복하려고 노력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가 헤어진 이유"라고 말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사들이다.
드라마는 연애 중인 여자 한여름 앞에 헤어진 옛 남자친구 강태하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드라마 스페셜 '사춘기 메들리', '내가 결혼하는 이유' 등을 연출한 김성윤 PD와 tvN '로맨스가 필요해'의 정현정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로맨스물의 귀재인 정 작가의 내공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여지없이 빛났다. "세상이 넓고 남자가 많으면 뭐 하냐고요.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날 안 좋아하는데. 연애의 불행은 거기서 시작되는 거예요"(김슬기),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괴롭다"(문정혁), "왜 자꾸 찾아오냐고. 그렇게 나를 자꾸 찾아오면 내가 너를 기다리게 되잖아. 하루에도 몇 번씩 창문을 보게 되는 줄 알아?"(정유미) 등의 대사가 그렇다.
드라마는 시청률 7%대라는 저조한 성적에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은 정 작가의 대사 하나하나에 공감하며 무릎을 탁 쳤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여름이의 모습은 욕먹을 만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헤어진 남자친구가 문득 그리워지는 드라마였다", "연애시절 떠올리며 많이 울었다", "잊혀지지 않는 전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등의 시청 소감이 줄을 잇는다.
드라마의 인기 요인으로는 정유미 문정혁 성준 김슬기 윤현민 등 배우들의 호연이 꼽힌다. 앞서 '로맨스가 필요해'에서 비슷한 역할을 맡았던 정유미는 이번에도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한여름이라는 캐릭터를 맘껏 표현했다.
그의 상대 역인 문정혁은 3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에도 무난한 연기력으로 구 남친의 정석을 보여줬다. 모델 출신 연기자 성준 또한 시원시원한 기럭지와 다정한 말투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슬기 윤현민 커플을 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재미였다.
현실적인 연애를 다뤘지만 비현실적인 설정은 역시 드라마스러웠다. 한여름은 30대 공방 사장, 강태하는 건설사 대표, 남하진은 성형외과 의사다. 세 사람 모두 능력 있고 외모도 출중하다. 드라마를 보노라면 순정만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공감 가는 건 그놈의 '사랑' 때문이다. 사랑 따위 다시 안 하겠다며 울고불고 난리를 치지만 한 순간에 또 빠지는 게 사랑이다. "사랑, 참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들어도 마음이 움직이는 이유는 "끝날 것 같아도 우리 사랑은 영원할 거라 믿는다"는 여름의 대사가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