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400m, 쑨양 아닌 박태환과의 승부
입력 2014.09.22 10:21
수정 2014.09.22 10:24
200m 레이스서 페이스 잃어 아쉬운 3위
경쟁자 쫓기 보다는 자신과의 싸움에 주력해야
박태환은 400m 레이스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부담을 떨쳐야 한다. ⓒ 연합뉴스
동메달을 목에 건 표정은 밝았지만 목소리에서는 아쉬움의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한국 수영의 영웅 박태환(25·인천시청)이 자유형 200m 동메달을 뒤로 하고 다시 물살을 가른다. 박태환은 22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리는 남자 계영 4x200m에 출전한 뒤 이튿날 주 종목인 400m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박태환은 앞선 200m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당초 쑨양과 치열한 금메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였지만 일본 수영의 신성 하기노 고스케(20)가 막판 스퍼트로 모두를 따돌리고 깜짝 금메달을 차지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박태환 스스로가 자신의 경기에 실망감을 나타냈다. 박태환은 레이스를 마친 뒤 기자회견서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특히 마지막 20초는 정말 아쉽다”며 “400m를 위해 푹 쉬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지금 너무 지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태환의 이날 모습은 평소와 달랐다. 장기인 막판 스퍼트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레이스 중반을 넘어가며 쑨양이 앞으로 치고 나오자 100m~150m 구간을 8명의 선수 중 가장 빠른 26초93으로 통과했다. 이로 인해 150m 구간을 지날 당시 쑨양과의 차이는 0.04초에 불과했다.
하지만 쑨양과 페이스를 맞추려는 전략은 결과적으로 독이 되고 말았다. 힘에 부친 박태환은 마지막 50m 구간을 세 선수 중 가장 느린 27초51를 기록하며 3위로 골인했다. 하기노가 세계 신기록에 버금가는 26초00를 마크했고, 쑨양 역시 26초98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었다. 그토록 열심히 연습했던 턴을 하고 난 뒤의 긴 잠영도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
사실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적지 않은 부담에 직면해있었다. 무엇보다 레이스를 펼칠 경기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태환수영장이었다. 세계 스포츠사를 찾아봐도 은퇴가 아닌 현역선수에게 경기장 이름을 헌정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중압감이 엄청났을 것이다.
박태환도 이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200m 레이스를 마친 뒤 "한국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내 이름이 걸린 수영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무게감이 많았다. 아시안게임 3연패에 대한 단어도 안 들릴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쑨양이라는 존재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던 박태환이다. 박태환은 2010 광저우 대회와 2011 세계선수권에서 잇따라 쑨양을 제압했지만 이듬해 런던올림픽에서 400m 금메달을 내주고 말았다. 사실상 왕좌에서 내려오는 순간이었다.
이후 두 선수의 행보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중국의 수영 영웅으로 거듭난 쑨양은 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지만, 박태환은 올림픽이 끝남과 동시에 스폰서와의 재계약에 실패하며 훈련비용을 자비로 부담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급기야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쑨양은 자신의 스폰서 기업 광고에 출연해 박태환을 도발하는 메시지를 건넸다. 언론과의 접촉을 모두 피한 박태환은 묵묵히 훈련에 매진했지만 침묵은 또 다른 오해를 낳듯 온갖 추측들이 그를 괴롭혔다.
자유형 200m가 전초전이었다면 400m는 진검승부와 다름없다. 쑨양은 1500m 세계신기록에 이어 400m 올림픽 기록까지 보유하며 장거리에서 중장거리 선수로 발을 넓혔다. 마지막 무서운 스퍼트가 일품이었던 하기노 역시 400m에 출전한다.
박태환은 앞선 승부에서 상대를 의식하고 자기 이름에 중압감을 느껴 평소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400m에서도 경쟁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부담을 떨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기는 것이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