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부당 친권행사도 세월호법 막혀 못막다니
입력 2014.09.12 07:59
수정 2014.09.13 07:58
쟁점 없는 민생 법안 90여개, 특별법에 묶여 '낮잠'
여당 "민생법안 15일 일괄 처리" 야 "세월호법이 민생"
세월호 참사로 고등학생 딸을 잃은 김모 씨는 12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 두 딸을 키우며 한 달에 6만원 씩 딸 앞으로 보험금을 납부했다. 전 남편은 자신이 직접 또는 딸의 할머니나 고모를 통해 월 30만원의 생활비를 부쳤지만, 양육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딸의 발인이 끝난 직후, 전 남편은 시체검안서를 떼어 딸 앞으로 나온 사망보험금 5000여만원을 받아 갔다. 하지만 '친부'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첫 손해배상 소송 역시 이혼 후 8년간 연락조차 없었던 어머니에 의한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부 유가족의 부당한 친권 행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의 몹쓸 행동으로 대다수 유가족의 가슴에 두 번 대못을 박는 셈이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의 친권 행사는 이전부터도 꾸준히 문제제기가 돼왔다. 문제는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만 됐을 뿐, 여전히 처리되지 못하고 발이 묶여있다는 것. 여야가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공방을 계속하면서 국회가 장기 개점휴업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1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8월 부당한 친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해당 안은 부당한 친권 행사를 막기 위해 △부양의무가 있는 친족 간의 증여는 부양조건부증여로 하고 증여자가 법원에 부양의무를 구할 수 있게 하며 △불이행 시 증여자가 즉시 증여를 해제하고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같은 당 김현숙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민법 일부개정안도 연장선상에 있다.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성범죄를 당한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중단하거나 해당 아동·청소년이 성인이 된 때로부터 진행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다. 이는 친부에 의한 성범죄 사건과 함께 친권 행사 문제가 급증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여론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정국으로 19대 국회 원구성이 6월로 늦어진 데다, 이후에도 세월호 국정조사와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여야가 등을 돌린 탓에 본회의는커녕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각각 9개월, 2개월째 낮잠을 자고 있다.
무쟁점 민생 법안만 93개, 일부에선 ‘직권상정’ 요구도
이처럼 여야간 이견이 없지만 발목이 잡혀있는 법안만 93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무쟁점 법안 중에서도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민생 법안과 세월호 특별법을 분리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15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으로 처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됐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이 이미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황인 만큼, 여야의 합의만 기다리고 있는 것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시급한 것은 민법개정안 뿐이 아니다. 여·야·정을 막론하고 19대 국회 임기 내 총 49회 제출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지난 7월 15일 해당 법안의 대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에서 가결된 채 본회의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개인정보유출 피해에 대한 대책으로 통신사에게 발신번호 변작방지 조치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전기통신역무 가입 시 본인확인 의무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신규 이용약관과 기존 이용약관과의 차이점 및 요금인하 여부 등을 이용자에게 의무적으로 알려주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자금융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개인정보 유출방지 및 해킹 등 전자적 침해사고에 대응하는 한편 소비자 편의를 위해 △전자 자금이체 착오 시 이를 돌려받는 절차의 어려움을 감안해 이용자가 원하는 경우,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 지급 효력이 발생케 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 금융회사 및 전자금융업자인 경우 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겸직을 제한했다.
여기에 △정보기술 부문의 정보보호 관련 업무를 위탁받은 전자금융보조업자가 해당업무를 제3자에게 재위탁하는 것을 금지하고, △형벌 등의 제재수준을 상향조정하는 등이 주요 사항이다.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급증하는 데다 통신사에 의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는 만큼, 하루 빨리 처리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본회의는커녕 소관 상임위 내부 논의조차 안 되고 있는 복지 법안도 쌓여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다. 일명 ‘송파 세 모녀법’으로 불리는 해당 법안은, 앞서 지난 2월 송파에 거주하던 세 모녀가 기초생활대상자 사각지대에 놓인 채 극심한 빈곤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여야 정치권이 앞 다퉈 내놓은 법안이다.
특히 해당 법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3월 통합 당시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 △부양의무자의 범위에서 직계혈족의 배우자를 제외하고(제2조제5호) △부양의무자가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를 법률에 명확히 하는(제5조의3 신설) 것을 골자로 신당의 창당 정신을 담은 ‘제1호 법안’이라며 내세운 바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도 민생법안 처리 시기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새누리당은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민생법안을 일괄 처리해야한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이 최고 민생법안”이라며 특별법과 민생법안의 연계 처리 주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