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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 둘러싼 시위꾼들은 당장 천막 떠나라

이상휘 대표
입력 2014.09.02 09:29
수정 2014.09.02 09:39

<칼럼>검은 속내 아니라면 이제는 유족들을 설득해야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청 일대에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탄 버스를 향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캠페인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를 위한 홍보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지만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두번의 장소 변경에도 불구하고 모여들자 일정은 취소됐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한강에 큰물 지면, 송파 기생 발뻗고 울고, 마포색주가 머리 잘라 판다”

한강에 홍수가 나면 모든 상행위는 중단됐다. 이웃이 장사를 못하는데,나만 하면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이 때문에 한강 나루터 기방들은 문을 닫았다

예로부터 우리는 서로 도우는 상부상조의 문화가 남달랐다. 향약이 그러했고,경조사 문화가 그러하다.

곤란을 당한 이웃이 있으면 제일처럼 도왔다. 굴뚝에 연기를 내는 일도 삼갔다. 밥 냄새가 날 수 있다싶어 가족들을 일가친척집에 분산시키기도 했다. 따로 밥을 얻어 먹게 한 것이다.

불행을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다. 참으로 정겨운 마음 씀씀이다.

나랏님도 예외는 아니었다. 홍수가 나거나 재앙이 들이치면 반찬가지부터 줄였다. 밥을 먹을 때 반찬을 두가지 이상 올리지 않은 것이다. 이 것을 감선이라 했다. 백성과 고통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구한말 한양에는 ‘꼭지’라는 거지조직이 있었다. 특이하게 이들에게는 지켜야할 ‘꼭지 오륜’이 있었다.

부모가 일찍 세상을 떠난 집은 구걸하지 않는다. 과부와 홀아비가 사는 집은 구걸하지 않는다. 밥 잘 주는 집에 초상이 나면 상여를 메어준다. 꼭지끼리는 영역 침범을 하지 않는다 등이었다.

그들만의 ‘인’과 ‘의’였다. 도리였다.

우리 민족의 특별한 지리적 환경탓도 있다. 외침을 많이 받은 영향이다. 서로 도와 어려움을 극복하는 문화가 강한 것이다. 유달리 그런 정서가 강한 까닭이다.

요즘도 그렇다. 큰 사고가 나거나, 천재지변이 생기면 하나가 된다. 성금을 모으고 단체가 나선다. 때로는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해외에서도 이를 부러워 한다. 우리 만의 독특한 문화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부조 문화이기 때문이다. 나루터의 색주가들도 문을 닫았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노래까지 만들어 불렀던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불행이었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고 흥청거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가 난지 4개월이 지났다. 유가족들은 아직도 아프다. 가슴이 미어지고 먹먹하다. 정치권은 뭐하나 시원한게 없다.

참사가 난지 국민들도 아팠다. 자기일처럼 여겼다.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진상조사를 외쳤다.

달라진게 없다. 유가족 주변에는 수 많은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단식도 불사하고 있다

묻고 싶다. 과연 그들이 진정으로 유가족을 돕고 싶는지를 말이다. 돕고 있다면 어떤 것인지도 알고 싶다.

동조 단식을 하고, 정부의 대책을 비판하고, 물러서면 안된다며 결기를 내세우고 있다. 정의라는 이름을 걸고서다.

“당신의 아들이 죽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무도 답을 할 수 없다.

세월호 특별법 문제의 본질이 그렇다. 그것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다.

옛말에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고 했다. 세월호참사가 흥정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들을 돕고 싶다면 달리 말해야 한다.

고귀한 아이들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함께라는 용어를 남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월호 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사회단체가 수백개라고 한다. 이 중,절반 이상이 광우병 촛불에 참여한 단체로 보도됐다. 과연,그들이 함께하는 이유가 뭔가 묻고 싶은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의 단식도 그러하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구태여 묻고 싶지 않다.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 하고 싶은가. 그들의 고통을 나누고 싶어서 인가.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함께 울어주고 싶어서인가.

진정으로 그렇다면 유가족을 설득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인지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가 왜곡되고 은폐되어 진다면 분연히 싸워 주겠노라고 말해야 한다.

국가를 한번 믿어봐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분노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슬픔을 함께하는 유전인자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이 있는 이유다. 선조들의 상부상조의 문화가 왜곡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작금의 세월호 유가족을 둘러싼 단체들과 정치권들은 직시해야 한다. 행여, 어떠한 이익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말이다. 그렇다면 당장 천막에서 물러나라.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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