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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황당한 반쪽 무관중 사태 ‘무엇이 문제?’

이한철 기자
입력 2014.08.06 11:50 수정 2014.08.08 23:05

9·10일 열리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무대 설치

6일 K리그 클래식 울산전, 반쪽 관중석 입장 제한

FC서울이 9·10일 싸이, 마룬5 등이 무대에 오르는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공연 무대 설치 관계로 6일 울산전을 반쪽 무관중 상태로 진행한다(사진은 지난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싸이 콘서트 장면). ⓒ 연합뉴스

5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경기장은 종종 대형 공연의 장소로 활용되곤 한다. 그런데 공연 때문에 정작 축구경기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떨까.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실제로 K리그에서 발생했다. FC서울은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경기를 반쪽 무관중 경기로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반쪽 무관중 경기의 이유가 황당하다. 9일과 10일, 양일간 열리는 록 페스티벌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 공연 때문이다. 축구경기장이 축구가 아닌 공연을 우선시 한 셈이다.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2014’에는 싸이, 오지 오스본, 마룬5 등 슈퍼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메가톤급 출연진에 걸맞은 초대형 무대 설치를 위해 일주일 전부터 작업에 돌입했고 이미 대형 스크린과 철제 구조물이 경기장 한쪽을 완전히 가렸다.

이 때문에 경기 당일 무대가 설치된 동쪽 관중석은 전석 입장이 제한된다. 총 9600여석으로 규모도 상당한데, 무엇보다 큰 문제는 축구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본부석 맞은편의 황금 좌석이라는 점이다.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 역시 축구인생에 잊지 못할 황당한 추억을 하나 갖게 됐다.

축구팬들이 발끈한 건 당연했다. 팬들은 “콘서트 관객을 위해 축구팬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하는 건가” “축구장의 주인은 축구팬 아닌가” “공연 하는 건 좋은데 경기일정조차 고려하지 않고 대관할 수 있나” 등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관련,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측은 “문화행사를 신청하면 이틀 만에 다 짓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무대가 엄청 크더라. 세월호 사고 이후로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도 수차례 초대형 공연이 열렸지만, 이틀 만에 무대 세팅이 끝난 사례는 없다. 고액의 콘서트 대관료를 위해 무리한 일정을 강행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이번 콘서트 대관료로 4억 원가량을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FC서울 측은 6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울산과의 홈경기가 계획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문화행사로 인해 관람상의 큰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팬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어떤 이유에서건 FC서울 팬여러분의 권리를 지켜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당 구단은 큰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K리그, 더 나아가 한국축구의 슬픈 현실이다. 팬들은 사상 초유의 반쪽 무관중 사태를 빚은데 대한 책임자 추궁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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