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날아가고...' 천정배 광주 출마, 지역에선...
입력 2014.07.01 08:53
수정 2014.07.01 08:57
신안에서 태어나 안산으로, 관악으로, 송파로, 광주 광산으로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홈페이지엔 아직도 '송파을 지역위원장'
차경섭 의장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소속 광산구의회 전·현직 의원 20명은 지난 29일 성명서를 통해 “광주 광산을 예비후보 6명 중 높은 인지도와 지명도가 있는 당 중진이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된 광산을에 출마해 어려운 길을 피하고 쉬운 길을 택한 것은 광주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광주지역 최다선(3선)인 김동철 의원 등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16명도 천 전 장관의 예비후보 등록일인 지난 27일 당내 의원들에게 중진 인사들의 우세지역 출마를 반대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사실상 이 같은 반발은 천 전 장관의 호남 출마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천 전 장관은 출신지역만 전남 신안일 뿐, 대학 진학과 함께 줄곧 수도권에서 지내왔기 때문이다. 특히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홈페이지는 아직까지 천 전 장관을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으로 소개하고 있다.
안산 4선 천정배, 송파을 지역위원장 맡으면서 출마는 광주에서
목포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천 전 장관은 서울대 입학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이후 사법고시에 합격한 천 전 장관은 변호사 생활을 하다가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특별보좌관으로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같은 해부터 천 전 장관은 경기 안산을(현 안산 단원갑) 지역에서 내리 4선(15~18대)에 성공했다.
천 전 장관의 지역구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부터다. 그는 2011년 8월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관악구 청룡동으로 이사를 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천 전 장관은 당내 경선에서 박영선 후보에게 패배해 결과적으로는 의원직과 지역구만 잃게 됐다.
단원갑을 다른 지역위원장에게 넘긴 천 전 장관은 다시 지역구를 서울 송파을로 옮겼다. 당시 그는 동대문, 서대문 등에 출마하기를 원했으나 당 지도부가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천 전 장관은 2012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최근까지 송파을 지역위원장 자리를 유지했다.
특히 천 전 장관은 지난해 4월 송파을 지역위원장으로 있으면서 광주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소했다. 또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는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서는 “천 전 장관이 애초에 광주 출마를 염두에 두고 당 지도부와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노(반노무현·反盧)로 분류되는 천 전 장관과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간 이해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지역위원장 외에 당직이 없던 천 전 장관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과정에서 현역 후보들을 걸러내는 자격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역 정가에서 천 전 장관의 광산을 출마에 반발하는 배경에도 결국에는 이 같은 이유가 있다. 선거 때마다 지역구를 바꾸던 철새 정치인에게 자신들의 지역구를 내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호남과 같은 우세지역에 중진 정치인인이 출마하는 것이 신인 정치인들의 정계 입문을 가로막는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광주지역 한 현역 의원은 30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천 전 장관의 출마에 찬성도, 반대도 아니다”면서도 “이제 신인 정치인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컷오프 일정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마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한 광산구의원은 “구의원들이 천 전 장관의 출마하는 성명을 발표할 때, 그쪽에서 나한테도 동참해달라는 연락을 줬다”며 “하지만 공천 방법과 컷오프 인원 등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후보의 출마를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천 전 장관은 지난 27일 광주 광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 광산을 보궐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29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주의 성지 광주에서 바로잡는 정치, 새로운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호남의 자존심을 지키고, 광산구민과 광주시민 나아가 호남민들의 자랑이 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