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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축구 몰락’ 홍명보호…끝까지 아쉬웠던 용병술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27 08:25
수정 2014.06.27 08:27

대회 전부터 박주영 코드인사 둘러싼 잡음

벨기에전에서도 잘 뛰던 김신욱 교체 후 실점

홍명보 감독이 벨기에전이 끝난 뒤 박주영을 안아 주고 있다. ⓒ 연합뉴스

1명 빠진 벨기에를 상대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16강행 티켓은 끝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와의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1 패했다.

이로써 1무 2패(승점 1)를 기록한 한국은 H조 4위에 머물며 16강 진출이 물거품되고 말았다. 반면, 3전 전승을 기록한 벨기에가 H조 1위를 차지한 가운데 러시아와 1-1로 비긴 알제리가 남은 1장의 주인공이 됐다.

한국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두 차례 월드컵에서 매 대회 승리를 따내는 등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하필이면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앞으로 나아가던 걸음이 멈추고 말았다.

월드컵 시작 전부터 논란을 일으킨 대표팀이다. 그 중심에는 역대 최악의 발탁이라는 박주영과 그를 끝까지 고집한 홍명보 감독이 있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중시하겠다’는 원칙을 깨면서까지 올 시즌 단 3경기(선발 1경기) 출전에 그친 박주영을 무리하게 최종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모든 것은 결과로 말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결과는 조별리그 최하위였다. 명분은 물론 실리도 얻지 못한 무모한 결단이었다.

축구팬들은 ‘의리축구’의 몰락 과정을 똑똑히 지켜봤다. 튀니지와의 출정식을 포함해 미국 전지훈련지에서 열린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은 이번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예고라도 하듯 참담한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홍명보 감독은 두 차례 평가전에서 박주영을 선발로 내세웠다. 그의 실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선수단 전체가 ‘박주영 살리기’에만 집중한 듯 전술적인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고, 선취골 허용 등 돌발적인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플랜B’ 마련에도 소홀했다. 대표팀의 포메이션은 시작부터 끝까지 4-2-3-1에 머물렀다.

월드컵이 개막하고 나서도 홍명보 감독의 ‘코드 인사’는 여전했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다. 박주영은 러시아와 알제리전에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고, 2경기 연속 체력 저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 후반 초반 교체아웃되고 말았다. 또 다른 논란의 중심인 정성룡 골키퍼도 안정감이 부족해 축구팬들은 가슴을 졸이며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무엇보다 박주영 대신 투입된 이근호 또는 김신욱이 오히려 훨훨 날아 아쉬움이 더욱 컸다. 이근호는 1~2차전 모두 교체로 나섰지만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고, 김신욱 역시 알제리전에서 장점인 제공권 장악이 두드러지며 대표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여론의 등살에 못 이긴 듯 결국 홍명보 감독은 벨기에와의 최종전에 가서야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박주영 대신 김신욱, 정성룡 대신 김승규 골키퍼가 전격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고, 이들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홍명보 감독의 그릇된 용병술은 이번 벨기에전에서도 나타났다. 잘 뛰고 있던 김신욱의 교체가 그것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21분, 두 번째 교체를 지시했다. 대기심 옆에는 윙플레이어 김보경이 있었다.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청용의 교체가 예상됐다. 하지만 벤치로 물러난 선수는 이청용이 아닌 김신욱이었다.

사실 김신욱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자원이다. 실제로 적장인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휴식이 필요한 장신 수비수 다니엘 반 바이텐을 김신욱 전담 마크맨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벨기에 수비수들 역시 김신욱을 잔뜩 경계하느라 전반 막판 스테번 드푸르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최고의 무기 하나를 스스로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벨기에의 결승골은 김신욱이 나가고 10분 뒤 나왔다. 공교롭게도 골의 주인공은 경기 내내 김신욱의 협력수비를 펼치던 측면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경험 부족을 드러냈다. 다양한 전술의 준비도 없었고 상대에 대한 분석도 모자랐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대표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16강 탈락은 인사 참사에서 비롯된 예고된 몰락이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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