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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사커 박주영, 월드컵 공격수 계보에 남긴 '오점'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6.24 09:23
수정 2014.06.24 09:25

수많은 논란 뒤로한 채 무리한 발탁

‘2경기 슈팅 0’ 의리사커의 초라한 자화상

박주영만큼 역대 대표팀을 통틀어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도 찾기 힘들다. ⓒ 연합뉴스

축구에서 공격수는 언제나 찬사와 비난의 경계에 있다.

공격수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기라도 하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99번의 찬스를 놓쳐도 마지막 1번의 기회를 살려 골로 연결시키면 영웅대접을 받을 수도 있는 자리다.

하물며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대표팀, 그것도 월드컵에 나서는 팀의 주전 공격수라면 그러한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는 실력과 강심장이 필요하다. 차범근, 최순호, 황선홍, 최용수, 이동국, 안정환 등 역대 한국축구를 빛낸 스타급 공격수들 모두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

누군가는 그러한 시련을 이겨내고 레전드로 인정받은 선수가 있는가하면, 끝내 고비를 넘지 못하고 좌절한 선수도 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출전 중인 홍명보호의 주전 공격수는 박주영이다. 사실 박주영만큼 역대 대표팀을 통틀어 수많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도 찾기 힘들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에 박주영을 대체할 선수가 없다"고 주장하며 수많은 비판 속에서도 박주영의 최종 엔트리 발탁을 강행했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지만 최전방 공격수의 무거운 중책을 맡고 선발 출장했던 2경기 내내 실망을 안겼다. 공교롭게도 박주영과 교체 투입된 이근호나 김신욱 등 K리거 공격수들이 들어가면서 한국의 공격은 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표팀 막내인 손흥민이 알제리전에서 투지를 보이며 골까지 터뜨린 활약은 존재감 없는 박주영과 대조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경기가 끝난 후 박주영에 대한 찬반 논란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외신들조차 대체로 박주영에 대해 혹평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러시아전을 중계한 한 영국 해설가는 "전 소속팀에서 한 시즌 단 11분만 뛰고 월드컵에 출전하다니, 정말 운이 좋은 선수"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공격수가 유독 비판의 중심에 서는 것이야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94 미국월드컵 볼리비아전의 황선홍, 2010 남아공월드컵 우루과이전 이동국 등은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친 것 때문에 한동안 어마어마한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적어도 이들은 대표팀 승선 여부를 놓고 경기 외적인 '자격 시비'에 시달린 경우는 없었다. 황선홍은 의심할 여지없는 당대 최고의 공격수였고, 이동국도 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수많은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 내 치열한 생존경쟁을 거쳐 최종 엔트리까지 발탁된 케이스였다.

박주영이 다른 선배 공격수들에 비해 유난히 더 비판을 받는 부분은 최종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빚어진 '공정성'에 대한 의혹 때문이다. 박주영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을 놓고 특별대우 논란에 시달렸다.

박주영은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벌써 두 번째 무임승차다, 거듭된 소속팀에서의 불성실한 태도와 조기귀국을 통한 '황제훈련' 논란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채질했다. 진실이야 어찌됐든 박주영은 국민 정서상 금기와도 같은 '인맥' '학연' '특혜' '제 식구 감싸기' 등을 상징하는 선수가 됐고, 이는 박주영의 승선 자체만으로 홍명보호의 전체적 이미지에도 얼룩을 남긴 꼴이다.

박주영이 단지 골을 넣고 못 넣고를 떠나서 '박주영이라는 선수 자체가 대한민국을 대표할 공격수로 과연 자격이 있는가' 하는 의문 부호를 지닌 팬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리고 박주영은 최종 엔트리 선정 이후 그러한 의문부호와 불신을 극복하고 팬들을 감동시킬만한 진정성 있는 모습을 아직까지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것은 단지 득점 여부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경기에서의 투지와 헌신이다.

박주영은 선배들이 보여준 모습을 본받아야할 필요가 있었다. 황선홍, 이동국, 안정환 등은 숱한 좌절을 겪었고 때로는 시행착오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돌파구를 만들어내는 뚝심을 보여줬다. 남들보다 더 치열하고 더 처절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 번 대표팀에 들기 위해 노력했다.

역대 대표팀 공격수를 통틀어 박주영만큼 특별대우를 받은 선수도 없다. 무엇보다 박주영이 무임승차한 자리 하나 때문에 누군가는 간절히 원하던 월드컵을 가지 못한 선수도 있다는 것을 환기해야 한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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