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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호날두?’ 의존증이 불러온 대참사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6.17 07:00
수정 2014.06.17 07:02

경기 내내 호날두에게만 의존한 단조로운 패턴

결정적 찬스 잡고도 패스 내주기 위해 우왕좌왕

독일은 11명의 축구를, 포르투갈은 호날두 홀로 플레이했다. ⓒ 게티이미지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 홀로 독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이 17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아레나 폰테 노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독일과의 G조 첫 번째 경기서 졸전 끝에 0-4 대패했다.

경기 초반, 한때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던 두 팀의 희비를 가른 요소는 다름 아닌 ‘조직력’이었다.

이날 독일은 요하임 뢰브 감독이 치밀한 전략 전술을 짰고, 그라운드의 선수들이 그대로 이행하며 포르투갈을 무너뜨렸다. 특히 정통 스트라이커를 기용하지 않는 ‘펄스 나인’ 전술은 중원의 견고함을 불러왔고 호날두 1명에 의존한 포르투갈의 조직력을 와해시켰다.

포르투갈 입장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양날의 검’이 되어버린 호날두의 존재감이었다.

세계 최고의 이름값을 지닌 선수에게 기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리오넬 메시를 보유한 아르헨티나, 또는 네이마르가 이끄는 브라질에 비해 전체적인 팀 전력이 너무도 허약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포르투갈의 전술에 대해 플레이메이거 후앙 무티뉴가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고, 원톱 우고 알메이다가 최전방에서 볼을 떨어뜨려주며 이를 양 날개 호날두와 나니가 주워 먹는 모습을 예상했다. 특히 포르투갈의 역습은 이번 본선 진출 32개국 가운데 최강이라 빠른 축구를 기대한 팬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호날두의 눈치만 보느라 바빴다. 견고한 수비라인의 독일을 상대로 몇 차례 오지 않은 슛 찬스서 우물쭈물 거리는가 하면, 억지로 호날두에게 내준 패스는 골로 연결되기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었다.

전반 7분이 대표적인 장면이었다. 포르투갈은 하울 메이렐레스가 독일 수비 진영에서 볼을 뺏어내며 곧바로 공격 숫자 3명, 수비수 2명의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리버풀과 첼시 등 빅클럽에 몸담았던 메이렐레스의 판단력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장면이 나왔다. 그는 자신이 직접 슈팅을 때리거나 오른쪽으로 파고든 알메이다에게 패스를 줄 수 있었다. 모두 공간이 비어있어 결정적 슈팅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때 메이렐레스의 선택은 왼쪽으로 빠르게 치고 나온 호날두였다. 하지만 이미 수비수가 앞을 가로막는 가운데 슈팅의 각도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결과는 당연히 노골이었다. 이후에도 포르투갈은 나니가 슛과 패스를 놓고 고민하다 기회를 무산시키는가 하면, 다른 동료들이 직접 처리를 할 때에는 호날두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뚜껑을 연 포르투갈의 전술은 호날두에게만 의존, 너무도 단순했고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호날두 입장에서도 앞서 네이마르와 메시가 모두 골을 넣어 득점에 대한 부담이 있었겠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화를 입고 말았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경기이며, 그 누구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실감케 한 경기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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