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전한 희망메시지 "이것이 사랑"
입력 2014.06.03 09:25
수정 2014.06.03 09:30
절망 속 기적 그려내며 시청자 호평 봇물
저조한 시청률에도 관심, 후원 문의 쇄도
2006년 시작돼 매년 5월 가정의 달, 안방극장에 잔잔한 울림을 던지는 프로그램이 있다. MBC '휴먼다큐 사랑'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4부작으로 제작된 이 프로그램은 2일 방송된 '말괄량이 샴쌍둥이' 편을 끝으로 내년을 기약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사랑'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 내면의 가치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하는 MBC 대표 다큐멘터리다. 2006년 '뻐꾸기 가족' 편을 시작으로 8년 동안 3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38편을 방송했다.
2010년 '풀빵엄마'가 국내 최초 제38회 국제 에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상, 2011년 '엄마의 고백'이 2012 휴스턴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휴먼다큐 사랑 2014'는 네 가지 빛깔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1부 '꽃보다 듬직이'(5월6일 방송)는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아동복지시설 삼혜원에서 생활하는 듬직이의 사연을 담았다. 친엄마로부터 버림을 받은 듬직이는 심각한 뇌성마비 때문에 팔다리가 경직되고 고개도 못 가눈다. 이런 듬직이를 보듬은 사람은 삼혜원 202호 엄마들과 아이들이었다. 듬직이는 친구들과 엄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상처를 치유했고 언젠가 스스로 일어나 세상 속으로 걸어나가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한 살 무렵 머리를 만지면 심하게 울던 연지. 2부 '날아라 연지'(5월 12일 방송)에서는 뇌종양 환자 연지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정밀검사를 한 결과 연지는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뇌 전체에 암세포와 뇌세포가 섞여 있던 것.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연지의 부모는 중국, 한국, 일본을 넘나들며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럴 때마다 들려오는 건 "이런 상태는 처음 봤다", "얼마 살지 못하니 남은 생을 잘 챙겨줘라"등 절망적인 말뿐이었다. 하지만 연지는 쑥쑥자라 어느 덧 여섯 살이 됐다. 연지의 부모는 치료비 때문에 빚도 많이 졌지만 연지 덕분에 가족이 더욱 단단해졌고 작은 일에 감사할 줄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3부 '수현아 컵짜이 나'(5월 19일 방송)에서는 연소성 골수 단핵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수현이를 만났다. 한국인 아빠와 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수현이는 100만 명 중의 1명, 전 세계 백혈병 환아의 단 2%가 걸리는 희귀병을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수현이는 새로운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태국 유전자가 섞인 수현이에게 일치하는 세포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국내는 물론 국외 조혈모세포 기증등록자 2300만 명을 뒤졌을 정도. 결국 수현이는 엄마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았다. 수술 후 수현이는 한 달 동안 극심한 부작용을 극복하고 퇴원했다.
2006년 캐나다 밴쿠버의 한 산부인과에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타티나아와 크리스타 호건이 태어났다. 4부 '말괄량이 샴쌍둥이'(6월 2일 방송)에서는 기적을 향해 살아가는 자매의 일상이 소개됐다. 생존율 20%에도 건강하게 태어난 이 자매는 태어났을 때부터 뇌가 서로 연결된 탓에 분리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기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며 또래 아이들처럼 학교에도 다니고 있다. 한 걸음 내딛는 일조차 쉽지 않아 서로 한 발씩 양보해야 하지만 즐겁게 뛰어놀며 일상을 만들어가는 호건 자매. 이들이 만든 '평범한 기적'은 가족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송이 끝날 때 마다 '휴먼다큐' 시청자 게시판은 네 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을 응원하는 글로 도배돼 있었다. 아이들의 근황과 건강을 묻는 글을 비롯해 아이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후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고 MBC 측은 설명했다.
제작진은 올해 '휴먼다큐-사랑'의 방영 시기를 두고 고심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아픔을 느끼고 있기 때문. 제작진의 우려에도 불구, 힘든 장애와 고통을 씩씩하게 이겨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희망을 보고 위안을 받았다는 시청평이 주를 이뤘다.
이전보다 시청률이 떨어졌지만 시청자들과 함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랑' 덕분이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을 찾아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미덕인 셈이다.
"'휴먼다큐 사랑'의 메시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사랑이 있으면 희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에 구멍이 있을 수 있는데 이를 사랑으로 메우면 희망이 보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이모현 PD) "촬영하면서 얻는 사랑과 힘이 있어요. 시청률보다 사랑에 중점을 두는 게 '휴먼다큐 사랑'의 매력입니다."(유해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