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잠재 성장성 "IT서비스에게 물어봐"
입력 2014.05.31 09:00
수정 2014.05.31 09:05
"IT서비스의 국내 수요는 중요치 않아…인도의 경우 해외시장 수요가 성장 견인"
낙후돼 있는 북한 경제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북한 당국이 집중해야 할 산업 분야는 IT서비스업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남한의 경우 북한의 IT 인력을 활용하면 IT서비스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윈윈(Win-Win)'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최지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전문연구원은 30일 '북한 경제의 추격 성장 가능성과 정책 선택 시나리오'라는 BOK 경제연구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집약적인 산업 중심에서 탈피한 IT서비스 산업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노동집약적 수출주도 공업화전략을 선택할 경우 외화창출 및 고용창출 효과로 단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북한의 임금 수준이 상승하면 장기 경제성장의 모델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에서 일찌감치 유망산업으로 지정해 각종 육성정책을 실시해온 IT서비스 분야를 북한 경제의 성장 원동력으로 삼아야한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의 IT산업은 초보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남한과의 산업협력 여부가 관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IT서비스 부문 종사자들은 대부분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인력들로 약 12만6000명, 전체 취업자 가운데 약 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1985년 4년제 컴퓨터 인력양성 전문기관인 조선계산기단과대학을 설립했고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에도 IT단과대학을 설립해놓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평양과 함흥의 IT전문대학, 조선컴퓨터센터와 평양정보센터와 같은 연구기관 산하의 교육기관 등 100여개 대학 및 교육기관에서 1만명여의 IT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IT 분야를 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요인은 해외 아웃소싱 인력을 꾸준히 파견하고 있다는 점, 북한에서 해외에 파견한 인력들이 제공하고 있는 IT부문 서비스가 점차 전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수출 가운데 인력 파견 규모는 러시아 2만 명, 중국 1만9000명이며 전체로는 4만6000명에 달한다. 저렴한 인건비, 비교적 우수한 기술을 보유해 해외 아웃소싱 형태로 인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다루는 IT서비스 분야는 단순한 데이터 입력 작업부터 높은 기술을 요하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 BPM(business process management), e-business 어플리케이션 구축까디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지영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IT분야를 통해 추격성장에 성공한 국가들의 경우 IT서비스에 대한 국내수요는 크지 않았으며 해외수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인도의 경우 해외 인력파견을 통해 성장했으며 아일랜드는 유럽경제공동체의 가입으로 확대된 시장을 기회의 창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IT인력 양성에 대한 북한 정부의 정책은 긍정적이나 폐쇄적인 환경과 제한적인 개방정책은 IT서비스 성장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추격 성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개방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연구원은 "IT서비스업은 북한의 추격 성장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IT산업 내 IT서비스업 비중은 10% 안팎으로 이같은 불균형 성장은 한국 IT산업의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우수하고 저렴한 IT인력을 활용하는 것은 한국 IT서비스업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