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어떤 결정 내리든 IBM만 웃는다
입력 2014.05.30 13:02
수정 2014.05.30 13:06
유닉스 교체 결정해도 전산교체 지연으로 90억 가량 추가 소요
IBM 메인프레임 유지 결정시에는 막대한 AS비용 예상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은행(은행장 이건호)이 3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산교체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지만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IBM은 미소를 지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산교체를 둘러싼 국민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날 예정된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은행의 전산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교체한다는 결정을 내려도 6월말 IBM과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까지 전산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국민은행은 적어도 1달 간 IBM측과 연장계약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전산시스템 교체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경우, 메인프레임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IBM이 최대 고객인 국민은행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KB, 유닉스 교체 결정하면 90억 손해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예정된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교체할 것을 결정하면 국민은행은 6월말까지 계약한 IBM측에 추가적인 전산시스템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전산시스템 교체작업이 예정보다 늦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산시스템 교체기간을 통상 13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보고 있어 국민은행이 IBM측에 추가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전산교체 작업 시작 마지노선은 내달 1일이다.
하지만 현재 2000여억 원 규모의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에 입찰한 곳은 SK C&C 단 한 곳으로, 이사회가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를 결정할 경우 재입찰이 이뤄져 관련작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당초 여러 업체를 경쟁시켜 전산시스템 교체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려던 국민은행의 의도가 빗나갔기 때문이다.
재입찰에 소요되는 시일과 본격적인 전산교체 돌입 시점을 예상한다면 국민은행은 적어도 한달 간은 IBM측에 추가적인 메인프레임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통상 장기계약의 경우 한 달 IBM메인프레임 사용료는 한 달에 24~28억 원 가량이지만 단기간 추가 사용료를 지불할 시에는 한 달에 9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소요된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유닉스 교체를 결정하든, IBM메인프레임을 유지하든 IBM은 미소 짓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IBM메인프레임 유지 결정되면 국민은행은 '호구' 전락
만약 국민은행 이사회가 IBM메인프레임 유지라는 결정을 내릴 경우에는 국민은행과 IBM간의 '갑을 관계'가 뒤바뀌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메인프레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IBM이 유일하다. 장기계약을 맺을 때는 국민은행이 잠시 '갑'의 입장에 설 수 있겠지만 계약을 맺은 이후부터는 '갑'의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다.
메인프레임에 대해 IBM이 독점적인 지위에 있다보니 사후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은 '부르는 것이 값'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인프레임의 사후관리 비용자체가 비싸다. 용역을 주는 입장이 갑의 입장에 서야 하는데 계약을 맺는 순간 그 관계가 뒤집어진다"면서 "AS비용의 경우 IBM 측에서 부르는 것이 값이다. 은행은 안전, 보안 등을 중시하기 때문에 전산업체에서, 그것도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IBM측에서 요구하는데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전산교체 의지 있는지 의문"
일각에서는 국민은행 측이 전산교체 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전산교체와 관련, 국민은행과 계약을 맺은 업체가 교체 작업에 소요되는 약정 기한을 넘길 경우 IBM 메인프레임의 이용료를 해당 업체에서 대신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IT·전산담당 임원은 "약정한 시일이내에 전산교체 작업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관련 업체들이 부담이 상당히 크다"면서 "발주사 측에서 약정 시일 초과로 인해 발생하는 메인프레임 사용료를 전가하는 것은 많은 관련 업체로 하여금 쉽게 호응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은행의 전산 시스템 교체 사업에 입찰한 업체는 SK C&C 한 곳 뿐이다.
이와 관련 KB금융관계자는 "입찰업체가 한 곳 뿐인 것은 현재 관련 사업 자체의 이행 여부 자체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면서 "불확실한 사업에 대해 입찰하고 제안서를 제출한다는 것은 해당 업체의 상황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30일 종료된 국민은행 전산교체 사업 입찰 업체는 한 곳 뿐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전산교체 약정 시일 초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부담 여부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것"이라면서 "계약 내용에 따라 관련 내용이 여러 방향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3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 "오늘 이사회에서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오늘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