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약속한 개혁안 뒤집은 공무원 누구인가
입력 2014.05.28 14:16
수정 2014.05.28 14:20
<칼럼>담화문 잉크 마르기도 전에 행정개혁처를 인사개혁처로 만든다고?
33일 그리고 8일. 세월호 침몰한지 33일만이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과였다. 그리고 대책이었다.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관피아를 척결하고, 인재등용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국가 개혁의 청사진이었다.
눈물도 흘렸다. 진정성 논란은 중요하지 않았다. 담화문 내용에 담겨진 의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었다.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정확히 8일간이다.
뜬금없는 보도가 나왔다. 행정개혁처를 인사개혁처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분야를 안전행정부에 그대로 둔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이 국민앞에 약속한 내용이었다. 시쳇말로 ‘잉크도 마르지 않았다’. 열흘도 안됐다. 그런데 담화내용을 수정하겠다고 한다. 기막힐 일이다. 눈물로 실천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인데 말이다. 행정혁신처를 신설하겠다. 안전행정부의 인사와 조직을 맡기겠다. 그게 담화문의 골자다.
인사와 조직은 불가분의 관계다. 이것이 전문화된 조직에서 다루어 진다는 것이다. 국가 인사의 조직과 틀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미래를 대비한 인재관리를 시스템화 시킬 수 있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국가조직의 변화도 예상할 수 있다.
인사를 '쌀'이라고 치면, 조직은 밥을 지을 수 있는 '솥'이다. ‘쌀’과 ‘솥’이 따로 떨어져 있어서는 밥을 지을 수 없다. 짓는다고 해도, 비효율적이다.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을바에야 애당초 분리할 행정개혁처를 만들 이유가 없다. 인사와 조직을 전문화 시키겠다는 의도다.
명분도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시너지도 없다. 그런데, 왜 업무를 분리시키는가.
관료들의 저항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밥그릇을 뺏기지 않겠다는 저항으로 말이다. 안전행정부는 안전과 인사, 조직을 넘겨준다. 부처의 존립문제가 걸린 것이다. 국가개혁보다 부처의 생존이 더 급한 것이다.
유민봉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보고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에게 말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임을 전제로 했다.
분명히 밝혀야 한다. 유 수석은 의견을 받았다는 전문가들이 누군지 말해야 한다. 또한, 인사와 조직을 이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행정개혁처를 통해 전문화시키는 것이 효율적인지, 국정기획의 컨트롤 타워답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중차대한 것이다. 국가인재들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다. 백년대계를 바라볼 수 있는 인재보국을 실현하는 첫 단추다. 단순히 부처 이기주의와 관료들의 밥그릇 문제로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것 때문이라면 슬프다.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며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안이다. 고작 8일이 지난 시점에서 뒤엎는 것이다.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묻고 싶다.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발표한 개혁안은 무엇인가. 전혀 조율도 되지 않는 대통령만의 생각이었던가. 그것을 국민앞에 약속한 것인가. 분명한 대답이 필요하다. 아니라면, 개혁방안 내용의 토씨하나도 건드려서는 안된다.
이러니 야당이 비난하는 것이다. 해경해체도 번복하라 요구한다면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흔들리는데, 혁명보다 어렵다는 국가개조를?
참으로 우려스럽다. 국가를 위한 결기를 가져주기 바란다. 세월호의 차가운 바닷물에 무참히 희생된 우리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던져준 메시지가 뭔가. 국가발전이다. 개혁인 것이다. 그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