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냐 자봉이냐' 민간잠수부의 실체를 밝힌다
입력 2014.05.14 09:05
수정 2014.05.15 01:04
고용된 잠수사도 순수 자원자도 '민간잠수부' 통칭
해양재난구조작업에 대한 보상체계 없어 혼란 가중
세월호 참사 이후 실종자 구조작업에 민간잠수부 투입여부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일각에서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이하 언딘) 소속 민간잠수부들의 ‘몸값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민간잠수부의 실체를 놓고 여론의 혼란도 가중되는 모양새다.
현재 세월호 구조작업에 투입되는 다이버들은 해경과 해군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원 민간잠수부이다. 사건 초기 해경이 자신들의 구조작업을 막았다고 주장했던 일부 ‘자원봉사’ 다이버들이나 언딘 소속 다이버들 모두 민간잠수부인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 구조현장에 참여할 수 있는 민간다이버의 선출과정과 관련, 각종 불미스러운 의혹들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현재 민간다이버의 개념이 혼재되거나 왜곡된 양상이다.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되는 민간잠수부들은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선발된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계약한 언딘을 통하거나, 직접 진도파출서에 자원봉사자로 접수, 해경의 테스트 과정을 통과한 뒤 투입되는 경우다.
언딘의 경우, 이번사고 구조작업에 국가로부터 지정된 업체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민간다이버를 모집할 수 있어 기존의 자사 다이버는 물론 타 업체를 통해 돈을 주고 민간다이버를 고용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정부가 앞서 민간다이버들에게 구조·수색 작업에 나설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이후 향후 구조비용에 대한 논의도 확정짓지 않은 상황에서 해경과 언딘 위주의 민간잠수부 선출작업이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해경이 언딘에 일감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히, 김형춘 대한수중개발 사장이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딘이 일당 50만 원을 준다고 하고 구조대를 모집했다”고 밝히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당시 김 사장은 “3일 전에 누구에게 이런 연락을 받았다”며 “일당 50만 원을 준다고 (민간 잠수사) 10명에서 20명만 좀 (모집)해 달라는. 다른 두 사람을 통해 언딘에서 그렇게 이야기가 들어왔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며 “선박구난 전문업체 S사로부터 언딘 측이 그런 요청을 했다고 연락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언딘 측에서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취소를 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경과 언딘 측은 즉시 반발했다. 한 해경관계자는 “현재까지 구조작업을 두고 50만원이니 뭐니 돈 얘기가 나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며 “구난작업은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구조작업에 돈을 지급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언딘 김윤상 대표도 ‘일당 50만원 제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그런 제안을 한 적도 없고, 그만한 돈을 지원할 여력도 없다”고 못 박았지만 의혹은 종식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9일 팽목항 현장에서 만난 민간다이버 단체 관계자 상당수도 해경과 언딘 사이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등 이들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사고 발생 첫날 대전에서 내려왔다는 UDT출신의 한 민간잠수부 A씨는 “지금 팽목항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민간잠수부 중 ‘자원봉사자’는 2주전에 다 떠나고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 당시 팽목항에는 약 10여개 넘는 민간잠수부 단체들의 천막만 남았을 뿐 다이버들은 거의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는 “지금 투입되는 사람들은 전부 (언딘이나 해경으로부터) 돈을 받고 고용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A씨 곁에 있던 다이버 B씨도 “여기 있다 보면 ‘일당 30만원 준다’ ‘50만원 준다’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다”며 “애초에 무료로 뛰어들겠다는 사람들을 다 막더니 정작 이제는 사람이 없어서 돈까지 들여서 구조작업에 투입하는 것은 정말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B씨는 특히 “지금 덕 보는 사람들은 언딘 측에 고용돼 돈 받고 잠수하는 사람들”이라며 “무료로 봉사하겠다는 사람은 막고, 돈 받고 하겠다는 사람들만 쓰는 나라가 어딨느냐. 오히려 언론에서는 바다에 들어갔던 다이버들이 금방 나오면 마치 ‘이래서 민간인들 못 믿는 거다’라고 하는데 정말 자존심 상하고 분해서 현장을 못 떠나겠다. 진짜 문제는 해경과 언딘이 독자적으로 다이버를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해경이 언딘에 의도적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 이들 사이에 모종에 금전적 ‘고용 거래’가 있었다는 실증적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민간잠수부들이 이 같은 의혹이 힘을 싣는 것은 이번 사건과 구조작업과 관련, 아직도 정부의 보상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난구호법 시행규칙에 보면 민간해양구조대원은 해양경찰의 해상구조 활동을 지원할 수 있고 이 경우 해양수산부령으로 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다만, 현행법엔 선박침몰사고와 같은 특수한 구조작업에 참여한 민간다이버들에게 얼마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언딘에 속하면 수십만원의 일당을 받는다’는 얘기가 공론화되자 해당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김석균 해경청장이 민간단체인 한국 해양구조협회의 회원모집과 재정확보를 적극 지원하라고 전국 해양경찰서장에게 공문을 내려 보내 물의를 빚었던 점, 해양구조협회에는 해경 출신 간부가 6명 재취업해 활동하고 있는 점, 언딘의 김윤상 대표가 해양구조협회의 부총재로 일하는 정황들도 이들의 의혹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해경과 언딘 고용커넥션” vs “사업홍보용 민간잠수부 안돼”
또한, 해양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불분명한 해양구조 보상의 관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즉, 통상적으로 구조작업에 투입되는 다이버나 단체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게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자원봉사자를 표방한 다이버들 중 추후 보상을 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양전문업체 관계자는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들 중에 철저히 무일푼으로 구조작업에 뛰어 들 사람은 정말 손에 꼽는다”며 “한강에서 다이빙작업에 투입 되도 30만원은 족히 받는 사람들이 그것도 수 천 만원에 호가하는 장비를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봉사 목적으로만 돕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 “‘다이빙 벨’에 실패한 이종인 알파 대표 역시 결국 마지막에 ‘나한테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지 않았냐”며 “일부 장사꾼들이 이런 사고를 계기로 자기 사업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꼼수도 문제다. 이 과정에서 정작 ‘무료 봉사’를 표방했던 순수한 민간다이버들까지 덩달아 매도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위급 해군 출신의 해양관계자도 “본인들은 ‘사고가 나도 스스로 책임지겠다’ ‘투입만 시켜달라’고 하지만 정말 이들이 사고가 났을 때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은 또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겪는 2차, 3차 피해는 누가 보상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그는 “또한, 이들 대개가 지금은 보상 없이 뛰어든다고 하지만 그동안 관례를 보면 구조작업을 다 기록, 그것을 증거로 추후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제발, 여론이 일부 홍보 목적으로 나선 민간잠수부들의 왜곡된 주장에 호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번 사고와 관련, 민간잠수부들의 투입여부 논란의 핵심배경에는 구조작업에 대한 ‘추후보상’에 대한 원칙의 부재, 해경의 모호한 지휘체계와 언딘과의 독점 계약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 회장은 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구조현장을 총괄하는 해경이 민간다이버의 ‘실력’을 검증해 선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다”면서도 “그러나 1분, 1초를 다투는 구조현장에서 이미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민간구조위원회의 다이버들까지 배제한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정 회장이 속한 재난안전민관협력위원회는 지난해 5월 안전행정부가 대규모 재난이 발생했을 때 민간부문이 대응·극복에 참여해 즉각적인 재난관리를 하자는 차원에서 설치한 기구이다. 특히, 이들 단체는 평상시에는 예방활동과 안전점검에 참여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민간보유 인력과 장비를 복구현장에 투입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하도록 돼 있다.
김 회장은 “물론, 민간잠수부 투입 과정에서 해당 다이버가 부상이나 사망할 경우 해경이 책임져야 부분도 있다”면서 “그런데 지금 상황들을 보면 해경이 전부 언딘에만 일임하면서 사실상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어떻게 일개 한 일반회사에서 그것을 다 충당할 수 있겠냐. 결국, 언딘에서도 사람을 제대로 못 모았지 않느냐. 당연히 일당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팽목항 현장을 지키던 또 다른 민간다이버도 “국내에도 언딘을 제외한 공인된 수십 개의 해양구난 단체들이 많다”며 “정부가 최소한 이들 단체장을 엄격히 선별해 지원해주되 비상 시 담당자가 책임지고 사고현장에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고 이후에는 반드시 구조 활동의 즉시 투입될 수 있는 해경, 해군의 수를 늘리든, 민간잠수부들이 구조 투입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뜯어 고치든 해야 한다”며 “다시는 세월호 같은 재난사고에서 구조체계가 혼선을 빚는 일은 결코 벌어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향후 이 같은 혼란을 다시 야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고 즉시 전문 구조다이버를 선별해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의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특히, 이번 사고 수습을 총괄할 책임을 지닌 해경이 보여준 허술한 초동대응과 더딘 수색작업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 내 전문 해양구조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또한, 상시적으로 민·관 교류를 통해 사고 시 한 회사에만 일임하기 보다는 실력 있는 다양한 민간다이버 인재풀을 마련해 재난현장에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해양 재난구조작업에 대한 보상체계도 보다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원칙대로 지켜나도록 개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