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근 불가원' 손학규-안철수, 결국 등 맞대나?
입력 2014.05.07 19:17
수정 2014.05.07 19:28
손학규 "광주 전략공천, 민주당 정신을 훼손한 것" 안철수 정면 비판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안철수 공동대표에게 확실히 등을 돌린 모양새다. 한때 ‘대선 연대설‘까지 나돌던 두 사람이지만, 손 고문이 광주지역 전략공천에 직격탄을 날리면서 그간 공천 문제로 팽팽하던 줄에 칼날을 댄 것이다.
손 고문은 7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소상공인 토론회에 참석해 광주지역 전략공천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지난 2일 광주시장 후보에 안 대표 측 인사로 분류되는 윤장현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안철수신당’을 내걸고 등장한 새정치추진위원회 당시부터 공동위원장을 맡는 등 안 대표와 한 배를 탄 인물이다.
이에 당내에서는 곧바로 거센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광주시장 예비후보였던 이용섭 의원과 강운태 광주시장의 탈당에 이어 ‘안철수계의 밀실야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손 고문은 이에 대해 “우리 민주주의의 본산이고 민주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광주에서 국민의 뜻과 당원들의 뜻과 상관없이 공천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 민주주의의 문제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손 고문은 이어 ‘윤 후보를 선택한 것을 전략공천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광주에서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빼앗는 전략공천은 민주주의에 외람된 것”이라며 “민주당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그는 “광주 전략공천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특히 당일 밤 11시에 전략공천 결정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을 속이고 기만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손 고문은 “우리 민주당은 정도를 걸어야 한다. 60년 전통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보루를 자부하는 민주당이 국민을 어렵게 알아야한다”면서 “약칭 당명에서 ‘민주’가 빠졌다해도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민주당의 책무와 사명을 결코 포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략공천을 할 때가 있고 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면서 당의 이번 전략공천 결정이 판단 오류였음을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손 고문은 “전략공천을 해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정치기회를 신장하는 일이 있고, 국민과 당원의 선택권을 빼앗는, 하면 안 되는 전략공천이 있다”면서 “그것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는 국민들이 잘 알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차기 대선주자급 인사가 광주지역 전략공천을 정면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당내 안철수 리더십이 받을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10월 손 고문과 안 대표는 정치적 지표가 같다는 평을 바탕으로 ‘대선 연대설’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은 ‘중도정치’를 지향하고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세우는 등 대동소이한 노선을 보여 정가의 시선이 집중됐다. 여기에 안 대표가 손 고문의 정책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7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연대설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지방선거 연대설’이 고개를 들면서 손 고문은 안 대표에게 점차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동아시아미래재단 송년 후원의 밤 행사에서 안 대표를 향해 “안철수신당은 새 정치의 내용을 착실히 채워야 한다. 현실론에 쉽게 물들고 길들여져서는 안 된다”라며 “기존 정치의 처리장이 되는 것을 경계하라”는 충고를 던졌다.
손 고문의 견제구는 해를 넘기면서 더욱 날이 섰다. 안철수신당의 콘텐츠 부재를 지적하고 나선 것.
그는 동아시아미래재단 신년 하례회에서 “새로운 정치의 내용을 채워야한다. 현실에 부딪치니 어려움을 실감하고, 새로운 사람을 찾기가 보통 어렵지 않아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을 올려놓는 현실론의 유혹에 빠질 것”이라면서 “그것은 선거를 앞두고 당장은 연명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민 여망을 배신하는 일”이라며 안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그러던 손 고문은 지난달 호남지역 공천 문제를 계기로 안 대표에게 작심한 듯 불쾌감을 드러냈다. 손 고문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용섭 의원과도 직접적으로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2일 대구시장 후보인 김부겸 전 의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국민이 바라는 새정치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기득권을 만들지 않는 정치”라고 말했다. 안 대표를 지칭하는 ‘새정치’를 언급하며 날을 세운 것이다.
또한 손 고문은 다음 날 곡성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도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개혁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줄 세우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개혁공천은 낙하산 공천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