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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예스·퍼거슨·박지성·가가와 '해피엔딩 가능했다'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4.26 12:55
수정 2014.04.26 12:57

모예스 감독 원하는 조건에 박지성 충분히 부합

박지성 떠나지 않았다면 더 좋은 결실도 가능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자 퍼거슨은 ‘제2의 박지성’을 찾았다. ⓒ 데일리안 DB

지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마치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보는 것 같다.

데이비드 모예스 경질과 맨유의 추락, 어디서부터 거슬러 올라가 ‘뒤엉킨 실’을 풀어야 할까. 지난 2012년,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73)이 박지성(33)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실마를 찾을 수 있다.

박지성이 그해 7월 맨유를 떠나자 퍼거슨은 편지를 통해 “더 신경 써주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 시한부 무릎이 걱정돼 꾸준한 기회를 주지 못했다”고 적었다. 퍼거슨은 박지성 무릎을 너무 염려했다. 그래서 드문 드문 기회를 줬다. 출전 욕구가 억제된 박지성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이적을 결심한 배경이다.

자신의 몸 상태는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박지성 무릎은 아직 건재하다. 일주일 간격으로 뛴다고 해서 크게 무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맨유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싶었지만, 맨유 의료진은 박지성과 소통이 부족했다.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자 퍼거슨은 ‘제2의 박지성’을 찾았다. 일본 축구스타 가가와 신지(25)였다. 그러나 가가와는 박지성 타입이 아니었다. 가가와는 가가와일 뿐이다. 가가와를 영입한 퍼거슨은 2013년, 맨유를 갑자기 떠났다. 동생을 잃고 상심에 빠진 아내 캐시 퍼거슨 간호를 위해 축구 감독직 은퇴를 선언했다.

퍼거슨은 맨유와 작별하면서 모예스 감독(49)을 추천했다. 모예스는 퍼거슨의 젊은 시절과 판박이였다. 머릿속엔 오직 ‘축구’뿐인 열정파다. 에버턴 사령탑 시절 보여준 승부사 기질도 기대를 갖게 했다.

모예스는 맨유에 부임하자마자 “희생적인 미드필더, 탄탄한 체력, 빠른 공수전환, 유기적인 철학”을 강조하면서 “축구는 개인보다 조직, 한 명의 슈퍼스타보다 11명의 팀워크가 더 가치 있다”고 역설했다. 모예스가 그리던 이상적인 축구선수가 바로 박지성이다. 강철 체력, 적극적인 수비가담, 공수전환 등 모예스가 원하는 조건에 충분히 부합한다.

반면, 가가와는 모예스가 원하던 선수가 아니었다. 체력도 약하고 헌신적인 선수도 아니다.

맨유에 온 뒤 영국 피지컬에서 고전, 도전적 플레이보다 묻어가는 플레이에 치중한다. 바로 이점이 모예스가 가가와를 신뢰하지 못한 이유다. 모예스는 항상 선수들에게 실패를 겁내지 않는 모험적인 자세를 주문해왔다.

맨유는 과도기다. 퍼거슨은 은퇴 직전까지 세대교체를 등한시했다. 특히, 미드필더 보강에 실패했다. 구관을 너무 믿은 탓에 중원 보강 시기를 놓쳤다. 라이언 긱스는 진작 현역 은퇴했어야 했다. 결국, 모예스는 퍼거슨이 남긴 음식을 꾸역꾸역 먹다 체했다. ‘벨기에산 소화제’ 펠라이니를 구입했지만 펠라이니 혼자서 ‘체증’을 뚫긴 역부족이었다.

박지성이 맨유에 남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박지성은 현재 네덜란드 리그에서 평균 10km 이상 달린다. 건재하다는 증거다. 박지성이 맨유 일원이었다면 애당초 가가와 영입은 없었다.

가가와 또한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기량이 만개, 최적의 몸 상태로 ‘브라질월드컵’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모예스 감독 역시 박지성을 활용해 맨유에 안착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적어도 한 시즌 만에 경질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맨유 허리진은 과부하 걸렸다. 공수 밸런스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 무엇보다 노장 수비진 체력부침이 심하다. 수비가담에 능한 박지성이 있었다면 에브라, 퍼디난드 등의 체력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대런 플레처는 만성 대장염 이후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 1차 방어선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박지성이 남았다면 해결 가능한 문제다.

맨유 허리진은 힘을 잃었다. 특유의 끈기가 사라졌고 공수 간격은 더욱 벌어져 실점이 잦다. 모예스 경질만이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또 아직 유로파 출전 가능성이 남은 상황에서 지도자 경험 일천한 라이언 긱스에게 맨유를 맡기는 것은 어리석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맨유는 박지성이 떠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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