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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 혁명조직" 판결, 통진당 해산심판에도 핵심

이충재 기자
입력 2014.02.18 09:24
수정 2014.02.18 09:37

전문가들 "이석기 유죄로 RO행위자체가 통진당 행위"

RO 고리 '통진당 끊느냐 vs 법무부 연결하느냐' 관건

법원이 내란음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통진당에 대한 해산논의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18일 ‘통합진보당 해산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을 진행한다.

논의의 핵심은 ‘통진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느냐’ 여부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주체사상과 계급투쟁론에 입각해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고 남한사회의 변혁을 목적으로 혁명 결정적 시기를 준비했다”며 “남한사회의 변혁을 목적으로 체제 전복과 헌정질서 파괴 등을 꾀한 점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공판과정 내내 논란을 빚었던 ‘RO(혁명조직)’의 실체에 대해 “지휘체계를 갖춘 조직으로 내란혐의의 주체”라고 인정했다. 이에 헌법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고 있는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통진당은 2차 변론에서 ‘RO’가 당 전체의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고, 법무부는 RO의 활동을 통진당 전체의 위헌적 활동과 연계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유죄로 RO행위자체가 통진당 행위 될 수 있어"

재판부가 1심에서 이 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유죄를 선고한 이상 향후 정당해산 심판에서 법무부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RO가 국가를 전복시킬 구체적인 실행행위를 계획하고 준비했다고 재판부가 인정한 만큼, 통진당에 대한 ‘반국가 단체’라는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이 의원에 대한 판결과 통진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심판은 명백하게 구분이 되지만, 통진당과 이 의원이 ‘운명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위헌정당해산심판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의원과 통진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내란 예방’에 방점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내란음모는 엄하게 처벌하는데, 내란이 벌어지고 나면 사법 방어막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사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내란음모에 대한) 사전 예방적인 것이고, 이번 판결도 그렇고, (헌재 판결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이석기 ‘내란음모사건’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가운데 정의의 여신 이미지가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특히 RO의 실체가 인정된 것은 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에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재판부가 내란음모를 인정하면서 RO행위 자체가 통진당 행위로 의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대권 서울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재판부의 판결을 ‘자라나는 암세포 제거’에 빗대며 “자유민주체제를 숙주 삼아 자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나 통진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청구사건의 경우에도 타당하다”며 “자유민주체제의 생존과 한 차원 높은 성장의 처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O연결고리 '통진당 끊느냐vs법무부 연결하느냐' 싸움

하지만 통진당은 “개별 당원 발언을 정당해산의 판단근거로 삼을 수 없다”, “통진당 일부 당원의 발언이나 행적은 당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RO와 당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주력하고 있다.

‘내란음모 유죄’가 통진당 해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RO’와 통진당이 어떤 관계와 위치에 있는지, 당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 등을 입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법무부와 통진당은 이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가 통진당 해산결정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법리적 해석을 통해 ‘어떻게 끊느냐, 어떻게 연결하느냐’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 전문가들은 RO조직원들의 구체적인 활동을 면밀히 살펴보고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1심을 시작으로 향후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2차례의 재판이 더 남아있어 지루한 법리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법원 판결과 헌재의 결정 시기를 둘러싼 ‘타이밍’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헌재의 판결이 먼저 나올 경우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법률가들은 이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통진당 해산 문제는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라며 “좌우, 보수진보 진영 논리가 아닌 철저하게 법치주의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사건은 국가에 위험을 끼치는 혐의, 국가의 존립과 관련된 문제로 이에 대해서는 사법부나 헌재가 진영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하게 법률에 따라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좌우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여론의 눈치를 보는 재판이 돼서는 사법의 역할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라며 “소신 있는 판결을 하고, 그 심판 절차와 법 적용의 논리에서 허점이 없도록 함으로써 객관성과 합리성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진당, 해산 막기 위해 어떤 논리 펼까?

재판부의 이 의원에 대한 유죄판결과 RO실체 인정으로 인해 2차 변론부터는 그동안 통진당이 펴온 논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공개변론에서는 이정희 통진당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당 해산 청구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의 급격한 후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야당 탄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15분여 동안 변론에서 ‘민주’와 ‘민주주의’라는 말을 23번 사용하면서 ‘통진당 해산=독재’라는 논리를 폈다.

통진당 측 소송 대리인단은 이번 변론에서는 정치탄압 주장과 함께 이 의원과 당의 노선을 분리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진보정당에서 국보법으로 처벌받은 당원들이 있었음에도 정당 해산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사례로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 헌법학자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자유민주주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수용한다면 국가가 왜 필요한가? 국가와 공동체에 반하는 일탈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이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만 중요하다는 독재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일침을 놨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2차 변론을 진행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정당해산의 요건, 통합진보당의 강령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에 관한 참고인 진술을 듣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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